'길 위의 집-제주 게스트하우스 200'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제주여행문화가 올레길 걷기로 바뀌면서 '게스트하우스'라는 새로운 숙박 트렌드가 유행이다. 예전에 제주여행 체크리스트에서 렌트카가 주요 항목이었다면 이제는 게스트하우스와 '올레 친구 찾기'가 필수다. 게스트하우스, '여행자의 집'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또 함께 길을 걷는 행위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여행 체험이다. 최근 올레길 걷기를 위해 나홀로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게스트하우스 문화가 정착돼 가는 분위기다. 제주에는 게스트하우스가 400여곳이 된다. 게스트하우스라고 해서 다 같은 게스트하우스는 아니다. 반려견과 함께 묶을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오름투어나 바비큐 파티 등 친구 만들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등 테마도 다양하다. 여행작가 신영철씨(42, 사진)는 게스트하우스문화를 전파하고, 정보를 일러주기 위해 오랫동안 발품을 팔며 직접 꼼꼼히 점검한 책 '길 위의 집-제주 게스트하우스 200'(꿈의지도 출간)을 내놓았다. 그렇다고 여행가이드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그저 글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메신저일 뿐이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제주로 내려와 '느리게 걷기'를 실천하며 10년째 살고 있다. 제주에 정착할 당시에는 올레길 열풍이 불지 않던 시기다. 그러나 그는 오름과 숲길, 오솔길, 바닷가를 걷고, 또 길이 없는 곳도 걸었다. 아주 천천히 느리고 게으르게, 그러면서도 집요하게 지치지 않도록 자신을 달래며 홀로 걸어 나갔다. 느리고 게으르게 걷기는 이제 그의 사는 방식이 됐다.신씨가 '느리게 걷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어릴 적부터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어릴적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바쁘고 획일적인 생활에 염증이 날 무렵 제주가 내 발길을 붙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걷는 동안 행복해 지고, 내 자신을 치유해 나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길 없는 곳을 돌아다니다 길을 잃고 구조된 적도 많다. 심지어는 며칠씩 숲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고 헤맨 적도 여러번이다. 그래도 그는 하염없이 제주를 걷고 또 걷는다. "길을 걷는 동안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재미 있다. 요즘 제주를 찾는 사람들도 저렴한 숙박료뿐만 아니라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 모르는 사람들과도 소통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육지에서도 널리 확산됐으면 좋겠다."처음 그가 기거한 곳은 제주 구좌읍 하도리 어촌 마을. 조용하고 인심 좋은 마을이 10년새 게스트하우스촌으로 바뀌었다. 그의 생활 방식은 걷기 외에 글쓰기를 포함한다. 그래서 걷는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에 '그래도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는 블로그를 통해 제주 걷기 여행 전도사 노릇을 해왔다. 그 결과물이 '느림보 여행', '길 위의 집-제주 게스트하우스 200', '자동차 주말여행 코스북' 등의 책이다. 그 중에서도 '제주 게스트하우스 200'은 걷고, 자고, 쉬기에 관한 일종의 보고서다. 책에는 게스트하우스 한곳 한곳 직접 방문해 정성 들여 기록한 각종 정보와 테마가 가득 담겨 있다. 신씨는 "간혹 제주밖을 나가 세계 여러 곳을 걸어보기도 하지만 제주만큼 아름답고 걷기 좋은 곳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의 '느림의 미학'은 행복론과 연결돼 있다. "천천히 걸어야 행복해진다. 30분 이상 빨리 걸으면 스트레스가 생성된다는 결과 보고가 있다. 걷는 목적은 우선 건강이다. 스트레스를 만들면서 건강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삶을 공유하다 보면 어느새 행복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버트란트 러셀은 "행복의 필수 조건은 원하는 것들 중 일부가 부족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달라이 라마는 "마음속의 분노, 미움, 두려움, 불안, 자기 고통의 비하 등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는 행위로서의 마음 수행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신씨의 행복론도 결핍을 받아 들이고, 걷기를 통해 마음의 수행을 반복하는데 있다. 그의 느리게 걷기는 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적게 벌고, 적게 먹고, 행복한 느림보로 자족하는 것이다. 신씨는 처음 홀로 걸었지만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과 올레길을 함께 걷는다. 길위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의 동행자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과 '느린 걸음'으로 소통하기를 기대한다.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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