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쇼핑천국' 홍콩의 경제가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살아나고 있지만 빠져나오기 힘든 부동산 덫에 걸려 있어 현지 주민들과 소상인공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홍콩은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가는 해외 여행지다. 2003년만 해도 홍콩을 다녀간 중국인 관광객 수는 850만명 정도였지만 지난해 그 수는 3500만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1년간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 증가율은 24%다. 이번 1~7일 국경절 황금연휴 동안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 이상이 홍콩을 방문할 전망이다. HSBC은행은 2015년께 홍콩의 중국인 방문객 수가 5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면세 혜택 때문에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주머니를 열고 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중국인들이 홍콩 여행에서 하룻밤 사이에 쓰는 돈은 평균 8500홍콩달러(약 117만7000원)다. 이 덕에 홍콩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올해 20%에 이를 전망이다. 홍콩에서 소매업이 지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7%에 못미쳤지만 현재 9%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그러나 홍콩으로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이기도 하다. 특히 상업지구의 상점 임대료는 상승세를 멈출 줄 모르고 있다. 홍콩의 상업 중심지 코즈웨이 베이 지역의 러셀 스트리트에 위치한 버버리의 경우 한 달 매장 임대료로 100만달러(약 10억7400만원)를 내고 있다.일부 브랜드들은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 때문에 점포를 이전하는 수고를 감당하고 있다. 미국 의류브랜드 랄프로렌과 제이크루가 중심 쇼핑가 보다 임대료가 10~20 배 싼 헐리우드 로드 등 인근 지역에 매장 오픈을 준비중이다.러셀 스트리트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조이스 최 사장은 "상가 주인이 계속 임대료를 올리고 있어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큰 일 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상가 뿐 아니라 주택시장도 가격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일부 지역의 주택 월세 가격은 2008년 이후 세 배로 치솟았으며 지금도 계속 상승하면서 중산층의 가계 부담을 더하고 있다.부동산 가격 상승은 홍콩 경제가 중국의 성장률과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특수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 가파르게 나타난다.미국이 그동안 양적완화 정책을 펴면서 엄청난 유동성이 홍콩으로 흘러 들어왔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홍콩의 외환보유고는 현재 3000억달러가 넘으며 2008년 말 이후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홍콩에 유동성이 넘쳐나지만 미국처럼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부동산 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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