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는 사람들]정윤석 LG상남도서관장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LG상남도서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디지털 도서관이다. 과학기술 분야 전문 도서관을 표방하고 있는 LG상남도서관은 각종 콘텐츠도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LG 상남도서관에는 종이책이 없다. 당연히 사서도 없고, 서가도 없고, 책 읽는 공간인 독서실도 없다. 그래도 엄연한 도서관이다. 책 없는 도서관은 지금 또 다른 진화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미 숱한 변신을 통해 도서관의 개념을 새롭게 제시해 가고 있다. LG상남도서관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한대건설 사옥을 끼고 200m를 가면 북촌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건물은 돌출된 처마와 기둥들이 독특한 외관 디자인을 연출하고 있다. 건축가 고 김수근의 작품으로 한 때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사저였다. 도서관이라고 하기에는 건물이 작은 편이다. 그러나 도서관이 품고 있는 지식과 정보의 부피는 어느 도서관보다 크다. LG상남도서관은 지난 1996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디지털 도서관이다. 당시는 디지털도서관이라는 개념이 분명치 않던 시절이었다. LG 상남도서관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상에 '지식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함으로써 새로운 도서관 시대를 열었다. 정윤석 LG상남도서관장(사진)은 "이곳은 과학기술 분야 연구자들의 요구에 따라 학술정보, 기술정보, 해외 학술 논문 등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이제는 정보고속도로에서 정보의 허브로 새롭게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관장은 "독자적인 도서관 운영에서 벗어나 전국의 국공립 도서관 및 작은 도서관을 연결해 언제 어디서 과학기술 자료를 더욱 손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LG상남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정독도서관,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등과 제휴돼 있다. 이를 전국 도서관으로 확대해 한곳에서 모든 도서관 정보를 확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정윤석 LG상남도서관장
LG상남도서관은 그동안 변신을 거듭해 왔다. 2000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해외 논문 게재가 어려워지자 이 도서관은 과학기술 분야 전문 포털사이트로 변신했다.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양질의 과학정보를 한번에 찾아주는 통합검색 기반의 포털 형태의 'LG-ELIT'가 그것이다. 에듀테인먼트형 과학포털사이트 'LG 사이언스 랜드',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는 도서관' 등도 구축해 운영중이다. "LG상남도서관은 디지털 도서관으로 콘텐츠의 보유보다는 가치 있는 콘텐츠의 연결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모든 사람이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일부 콘텐츠는 생산하기도 한다. 가령 애니메이션, 노래, 퀴즈 등을 통해 어린이들이 편하게 과학을 접할 수 있게 돕는다든지, 장애인을 위한 음성 콘텐츠를 생산한다든지 하는 게 그런 것들이다." LG상남도서관이 도서관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책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하거나 정보 소외계층, 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도서관'으로 진화하면서 도서관의 역할을 재정립해가고 있다.정윤석 관장은 "LG상남도서관은 개관 이래 개혁과 혁신을 거듭해 도서관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며 "국내외 1000여 기관, 6000여명의 도서관 관계자들이 방문할 정도로 벤치 마킹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2000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디지털 자료에 대한 전송권이 제약되면서 사회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성이 있었다. 실례로 '책 읽어주는 도서관'은 세계 최초로 유무선 인터넷과 휴대폰을 이용해 음성 도서를 들려주는 곳이다. 음성 도서는 강의자료 35만권, 소설 등 문학 자료 7500권으로 돼 있다. 'LG사이언스랜드'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서비스하는 '애니송'은 사이언스랜드의 최고 인기 코너다. 이 서비스를 보다 발전시켜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로 육성, 새롭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제 상상속에서 존재했던 '유비쿼터스 도서관'이 실현돼 우리 눈앞에서 펼쳐졌다. 누구나 정보로부터 소외받지 않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한걸음 더 다가왔다. 정보 기술을 활용해 더 나은 지식 전달, 정보서비스를 구현, 사회 환경의 변화를 선도해 온 LG 상남도서관이 앞으로 또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더욱 주목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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