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입주 IT 기업들 직원 복지 경쟁무료 간식은 기본, 자전거 주차장에 웨딩홀 등 다채로워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직원들의 피곤을 덜어주는 수면캡슐, 집에서도 누리기 어려운 반신욕, 여기에 화려한 웨딩홀까지. 무료 간식, 마사지는 축에도 못 낀다. 상상을 초월하는 직원 복지. 구글 얘기가 아니다. 판교에 입주한 IT(정보통신) 기업들이다. 판교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야심차게 준비한 직원 복지들이 하나둘 베일을 벗는다. 구글이 형님, 하고 고개를 숙일 정도다. 판교가 IT기업의 요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다. ◆수면캡슐방 연내 개방..자전거 주차장까지 최근 판교 입주를 마친 NHN엔터테인먼트(대표 이은상)는 연내 수면캡슐방을 오픈한다. 피곤을 느끼는 직원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철야 야근작업이 잦은 개발자들의 피로를 덜어주겠다는 취지도 포함됐다. 개발자가 절반 이상인 직원들의 복지를 배려한 것. 파격적인 것은 건물 중앙을 틔워 중앙계단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건물 3층부터 10층으로 중앙 계단으로 이동할 수 있다.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는 대신 계단으로 시야를 틔웠다는 것은 감성 복지의 좋은 사례다. 계단 옆쪽으로는 직원들이 세면과 양치를 할 수 있는 치카치카룸, 커피나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바와 테이블 등이 자리잡았다. 회의실 가벽, 중앙계단 통로 등 빌딩 곳곳에는 브라우니, 코니, 제임스, 문 등 라인 캐릭터로 만든 대형 인형들이 놓여 있다. 마치 놀이동산에 온 듯한 느낌도 준다. NHN엔터의 한 직원은 "회의실 윈도우 프린터에도 캐릭터가 그려 있어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함께 일하는 기분이 든다"며 "꿈의 오피스라 불리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NHN엔터 사옥 내 중앙계단
1층 로비 한쪽에 꾸며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위한 자전저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상주하는 수리 직원까지 두고 있다. 포트 629라 불리는 지하 식당은 항구 컨셉으로 꾸며져 있다. 정규식사는 8000원, 간식은 3000원이 책정됐지만 사원증만 읽히면 하루 5번까지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 바쁜 직원들을 위해 도시락 코너를 마련했고 야근직원을 위한 심야식당도 열린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는 탁구대, 전자다트와 배드민턴장, 농구시설까지 갖춰졌다. 헬스장에는 트레이너 10여명이 대기하고 있어 전문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도 있다. 은행, 여행사, 샤워실 등 이런건 판교선 기본이다. ◆630석 규모의 호화 웨딩홀..휴면계정도 인기 게임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에는 독특한 휴식공간이 있다. 라운지에 있는 정자가 그 주인공이다. 첨단 IT개발자들이 따끈따끈한 온돌바닥에서 바둑과 장기를 두며 감수성을 키우는 곳이다. '휴면계정(休勉係亭)'이라는 이름도 가졌다. 사내공모를 통해 지어졌는데, 장시간 게임을 안한다는 뜻의 휴면계정에서 왔다. '쉬는 것과 일하는(힘쓰는) 것을 이어주는 정자'란 뜻이다. 여직원 휴게실에는 반신욕기가 비치됐다. 피부관리와 건강에 관심이 높은 여직원을 위한 배려다. 최고급 안마의자와 담요가 구비된 안마룸도 직원들 사이에선 인기다. 매끼 식사도 대접한다. 구내 식당에서 중식은 물론 석식까지 제공된다. 블루홀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뒀다"며 "하루에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구성원들을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블루홀스튜디오 휴면계정
엔씨소프트는 화장실에 있는 타일조차 명품 이태리산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호화롭다. 건물 내 스포츠 센터는 물론 스파, 카페, 놀이방, 도서관, 병원에 웨딩홀까지 갖췄다. 스파와 회의실을 갖춘 찜질방도 빼놓을 수 없다. 직원들의 피로도 풀지만 수평적인 토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한다는 평가다. 기업부설 병원인 메디컬센터에는 내과, 정형외과, 소아과, 물리치료실, 방사선실까지 갖추고 있다. 어린이 보육 시설도 크게 늘려 최대 2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여직원과 맞벌이를 하는 젊은 직원들을 위한 배려다. 보육 시설 앞에는 금토천을 끼고 어린이들을 위한 공원도 따로 조성했다. 결혼식도 올릴 수도 있다. 630석 규모의 컨벤션홀은 평일에는 대내외 행사를, 주말에는 임직원의 결혼식을 진행하는데 신부대기실, 폐백실까지 제대로 갖추고 있다. 넥슨 자회사인 게임하이는 직원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준다. 지난 7월 사옥 1층에 들어선 사원 전용 미용실 '잘라죠(JALAJO)'는 미리 예약만 하면 커트는 물론 헤어클리닉, 두피스케일링, 스타일링, 다운펌까지 가능하다. 이용 요금은 1000원. 게임하이 관계자는 "판교가 상업시설이 많지 않아 미용실과 같은 서비스가 도입 된 것"이라며 "특히나 금요일에는 며칠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디컬센터
'부러운 직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 헤스켓 존스와 러브맨, 사서 슐레진저 교수가 낸 '선도기업이 직원 만족과 로열티를 수익과 성장에 연결하는 법'을 통해 근무환경이 좋은 미국 기업으로 꼽힌 회사 주가가 주요 주가지수를 상회하며, 높은 생산성과 인재 유치를 자랑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일터 문화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기업 성장에 핵심으로 작용하는 IT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라며 "개발자 이직이 잦아 필요한 인재를 묶어 두려는 배경도 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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