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개막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꼽추·애꾸눈의 '홍광호'가 온다

'콰지모도? 편견 깨고 내 방식대로 표현할 것'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항상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심지어 공연을 하고 있는 중에도 그렇다. 내일 공연이 있으면 오늘부터 계속 설렌다. 특히 오래 쉬니까 무대에 대한 갈증이 더 생겼다. 내 속에 갈급함이 더 많이 자랐다고나 할까."참 오랜만이다. 올 3월 창작뮤지컬 '살짜기옵서예' 공연을 끝낸 이후 반년 만에 홍광호(31)가 무대로 복귀한다. 다음 달 개막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종지기 '콰지모도' 역을 통해서다.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 홍광호가 의욕을 드러낸다. 팬들이 '꿀성대'라고 붙여준 그의 목소리에 생기가 넘친다. "인생에서 가장 큰 휴식기"였던 지난 6개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TV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잠깐 얼굴을 내비친 것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고, 지난 7월 뮤지컬 배우로는 이례적으로 첫 단독콘서트를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무대를 떠나 충분히 쉬었다는 데 더 의미를 둔다."지금까지 줄곧 뮤지컬을 해왔는데, 이렇게 쉬어보기는 고교시절 이후 처음이다. 공연을 습관적으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휴식 시간이 길어졌다. 기본적으로 한가지만 파고드는 성격이라서 다작을 하는 것도 피한다. 여러 공연을 동시에 할 능력도 못되고(웃음)."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콰지모도' 역에 홍광호와 음유시인인 '그랭구와르' 역의 마이클 리의 남다른 인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광호는 2006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당시 마이클 리가 맡았던 주인공 크리스 역의 커버(주연배우 부재 시 대신 투입되는 배우)로 출연했다. 7년 만에 다시 선 무대에서 홍광호와 마이클 리는 두 주연배우로 당당히 재회하게 됐다."마이클 리는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다.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번에도 많이 배울 계획이다. 2006년 오디션 당시 내 앞 순서에 있던 배우가 CD를 틀어놓은 것처럼 노래를 너무 잘해서 누군가하고 봤더니 그게 마이클 리였다. 그를 통해서 목소리의 공명을 부드럽고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을 배웠다. 이번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연습 때 만나서는 서로 반갑다고 껴안았다. 마이클 리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더라."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콰지모도'는 꼽추에다 애꾸눈, 절름발이다. 이번 작품으로 브로드웨이가 아닌 프랑스 뮤지컬에 첫 도전하게 된 홍광호는 콰지모도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인다. "이전의 캐릭터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초연에서 그 역을 맡았던 배우는 주인공의 아픔을 허스키한 목소리로 표현했다. 공연 준비 전에 해외 스태프들을 만나서 '나는 그렇게 허스키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더니 '너는 너의 아픔을 너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면 된다'고 하더라. 괜히 내가 그 역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이번 작품으로 나 역시 '콰지모도'와 처음으로 만나는 거니까 내 방식으로 표현해나갈 것이다."홍광호는 2002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첫 무대에 오른 뒤 데뷔 6년만인 2008년 1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킬 앤 하이드'의 주연역을 꿰찼다. 이후로는 '오페라의 유령', '닥터지바고', '맨오브라만차' 등의 대작들을 섭렵하는 등 끊임없이 공연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타고난 재능도 무시할 수 없지만 홍광호는 공인된 '노력파'다. 어느덧 "홍광호 선배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는 위치에 선 홍광호가 전한다. "주변에 연극영화과나 뮤지컬학과에 합격한 것만으로 마치 배우가 된 양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건 가능성에 대한 평가이지 아직 배우가 된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그렇게 착각했던 시절도 있었고. 그렇지만 결국엔 준비된 사람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기회가 온다. 타고난 재능은 재료에 불과하고 그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난 재능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 항상 노력해야 한다."<홍광호가 추천하는 뮤지컬 넘버5>1. 레미제라블 OST '브링 힘 홈(Bring him home )'
"좋아하는 노래다. '장발장'은 내가 40대나 50대가 됐을 때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불렀는데, 기도하는 노랫말과 음악의 정서가 크게 와닿았다." 2. 지킬 앤 하이드 OST '지금 이 순간'
"다른 어떤 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은 빼놓을 수 없다. 팬들이나 관객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노래다." 3. 오페라의 유령 OST '뮤직 오브 더 나잇(Music of the Night)'
"'팬텀' 역할을 맡았을 때 불렀던 노래인데, 처음에는 노래가 좀 재미없지 않나 싶어서 별로 안 좋아했다. 그러다 지난 콘서트 준비를 하면서 노랫말을 곱씹어 보고 익히다 보니까 좋아하게 됐다. 아무나 부를 수 없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4. 빨래 OST '참 예뻐요'
"창작뮤지컬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곡 역시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사랑스러운 곡이다." 5. 노트르담 드 파리 OST '불공평한 이 세상'
"뮤지컬 넘버로 앨범을 만들어서 내일 당장 출시한다면 이 곡을 타이틀로 해야 되지 않을까? 이번에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 역을 맡았는데, 이 역을 제대로 소화해 내기 위해 오히려 머릿속을 비워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