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허니문은 단지 이제 갓 결혼한 신랑 신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정치와 행정 사이에도 허니문은 있다.6개월전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으로 취임했을 때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자신감이었다. 취임 전 내정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기자들 앞에 처음 선 자리에서 "따뜻하고 튼튼한 금융을 만들겠다"는 점을 당차게 밝혔다. '따뜻하고 튼튼한 금융'이라는 문구가 위원장직을 수락한 후 밤새 구상한 결과물이라는 신 위원장의 설명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오랜 국제금융 업무를 바탕으로 미사여구를 활용한 거침없는 영어 표현도 특유의 자신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신 위원장이 금융위원장 취임 초기 조직을 장악한 것도 자신감 덕분이었다.그의 당찬 기운은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야심차게 착수했던 4대 태스크포스(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 우리금융 민영화, 금융감독체계 개편, 정책금융체계 개편)로 이어졌다.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신 위원장은 '내 직(職)을 걸겠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하지만 자신감은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경우 예의상이라도 완곡하게 표현할 법도 하지만 신 위원장은 그렇지 않았다. 상당히 직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그의 성격 탓인지 지난 3월 인사청문회 때는 국회의원들과의 날선 공방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묻는 질문마다 신 위원장이 워낙 굽히지 않으니 한 야당의원은 청문회 정회 직후 신 위원장을 찾아가 "끝까지 해보겠다는 거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자신감 때문에 지난달 발표된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는 청와대에서 '퇴짜'를 맞는 등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분리안을 내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금융감독원 내에 존치하는 방안을 고집한 게 화근이 됐다.4대 TF 가운데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온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는 오히려 '용두사미'에 가까웠다. 강제적인 조항이 아닌 참고 사항 정도인 모범규준으로 마무리지었다.하지만 그의 지난 6개월을 돌이켜보면 좌충우돌해도 심각한 이슈로 거론된 적은 없었다. 책임있는 자리를 맡으면 일정 기간 동안에는 실수를 눈감아주는 소위 '허니문' 기간이 적용됐기 때문이다.그와 정치권의 허니문은 다음달 정기국회를 시작과 함께 사실상 끝날 전망이다.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은 올해 국감에서 신 위원장의 진정한 평가를 이루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평가는 다소 가혹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TF 결과물이 모두 국회로 넘어간데다 국정감사도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그동안 큰 과오 없이 통했던 신 위원장의 자신감이 정치권과의 허니문이 끝난 이후에도 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위원장과 정치권의 기싸움은 하반기 금융당국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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