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출신 바리스타 원종운씨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사람에게 '꿈'은 오늘을 사는 이유이고 내일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노숙인에서 커피전문가인 '바리스타'로 새 삶을 살고 있는 원종운(59·사진)씨가 그렇다. 원씨는 지난 14일 오픈한 영등포 보현의 집 입구에 마련된 홈리스카페 '내 생에 에스프레소' 1호점의 바리스타다. 이곳은 원씨와 다른 노숙인 출신 바리스타 2명이 근무하고 연담스님이 카페매니저를 맡고 있다. 노숙인에서 바리스타가 되기까지 굴곡이 많았다. 젊은 시절의 그는 잘나갔다. 대기업에 취직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현장을 누볐고 이후 20년간은 여행업에 종사하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그러나 IMF 환란을 비껴가지는 못 했다. 여행사가 문을 닫고 프리랜서활동도 여의치 않자 집을 나왔다. 이후 몇년간을 거처 없이 거리를 떠돌았고, 그러는 동안 가족들과의 소식도 끊겼다.거리를 전전하던 그의 삶을 바꾼 것은 깊고 진한 향의 '커피'였다. 원 씨는 2011년 5월 노숙인들의 자활센터인 서울 영등포 보현의 집을 찾았다. 이어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자활프로그램 바리스타 교육과정에 참여했다. 원씨는 "커피를 만들고 공부하는 일이 여간 쉽지 않지만 그래도 꿈과 희망을 갖게 돼 기뻤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자활과 독립을 위해 힘써 주는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두터워지면서 커피를 통한 새출발은 생각해보지 못한 미래에서 어느덧 현실로 다가왔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 탓에 커피를 알아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지만 4월부터 7월까지의 3개월 과정 교육을 무난히 마치고 자격증도 땄다. 그는 "나이도 있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경쟁하고 배우려니까 머쓱하기도 했다"면서 "막상 커피에 대해 배우는 과정은 생각했던 것보다 꽤 흥미로웠다"고 말했다.앞으로 꿈이 뭐냐고 묻자 원 씨는 머뭇거렸다. 그러다 "내가 직접 운영하는 가게를 하나 꼭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나직한 목소리에서 삶에 대한 열정과 확신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카페 창업과 함께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자활의지를 갖고 새출발을 준비하는 노숙인들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도 했다. 원 씨는 "젊었을 때 이후로 무언가에 도전하면서 얻는 성취감과 즐거움을 오랜만에 만끽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노숙인 대상 자활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내가 가진 기술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지은 기자 seokyun198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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