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선거 판세는 ‘양파 값’이 쥐고 있다

가격 변동 유권자에 절대 영향…정치권 내년 총선 앞두고 긴장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인도에서 양파 값은 정치적인 변수다. 그것도 위력이 막강한 변수여서, 양파 가격 급등은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인도의 물가 위기, 양파값을 보라’는 최근호 기사에서 비상이 걸린 양파 수급과 정치의 함수 관계를 다뤘다. 인도의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9.9% 올랐다. 인도의 물가상승률은 러시아의 6.9%와 브라질의 6.7%보다 큰 폭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인도 사람들에게 물가지수보다 더 민감한 지수가 양파 가격 상승률이다. 인도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가 양파이기 때문이다. 물가를 집계하는 인도 통상부에 따르면 6월 양파 값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4% 폭등했다. 양파 값 오름세는 홍수로 인해 작황이 악화된 탓에 최근 두 달새 가팔라졌다. 인도는 미국 다음으로 양파를 많이 소비한다. 미국 전미양파협회(NOA)의 통계에 따르면 인도 사람들은 연간 1인당 약 18파운드의 양파를 먹는다. 미국의 1인당 소비량은 약 20파운드다.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양파를 많이 생산한다. 중국이 세계 양파의 27%를 생산하고, 인도는 20%를 공급한다. “비싼 양파 가격은 유권자들이 엄청난 불만을 갖도록 하는 요인”이라고 N.R. 바누머시 국가재정?정책연구원 교수는 말했다. 바누머시 교수는 “특히 장바구니에서 양파의 비중이 큰 저소득층에게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5월 총선을 앞둔 인도 정부와 정치권에게 양파 가격 안정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양파는 인도 정치에서 막강한 위력을 행사한다. 현재 집권당인 국민회의당은 1980년에 급등한 양파 가격을 선거 이슈로 띄워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1998년에는 바라티야 자타타당이 같은 이유로 뉴델리 주정부 선거에서 패배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인도 양파 파동 뒤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생산과 공급망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곡물보다는 양파 같은 작물의 수요가 더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는 최근 몇 년 동안 곡물보다 비곡물 가격이 더 상승한 데서도 나타났다. 공급 측면을 보면, 인도에서 양파는 좁은 경작지에서 과거 방식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수확량이 적고 정체돼 있다. 인도의 헥타르(1만㎡)당 양파 수확량은 14.2t으로 중국의 22t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또 인도 양파 경작지에는 관개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비가 많이 내리면 작황이 큰 타격을 입는다. 도시 인구가 늘어났지만, 도시로 양파를 공급하는 유통망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양파 가격은 당분간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도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최근 “가격 오름세는 적어도 다음 수확기인 10~1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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