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애플이 성공한 배경을 제품과 디자인, 혁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애플에는 영원히 죽지않는 교주와 충성심 강한 마니아(일명 '애플빠')가 있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2년, 여전히 혁신을 노래하며 '잡스 따라잡기'에 열중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잡스 연구가들은 이제 혁신가가 만들어놓은 제품과 디자인을 넘어 총체적인 경영철학에 주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잡스의 경영철학이 가장 잘 반영된 곳으로 '애플 스토어'을 꼽는다.애플스토어 개점 10주년인 2011년 5월, 아이패드가 처음 출시될 당시 전 세계 애플스토어 매장 앞에는 첫번째 구매자가 되기 위해 수천 명이 텐트를 치고 밤을 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심지어는 애플의 공동창업자 워즈니악조차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있는 애플스토어 앞에서 12시간을 기다렸다. 애플스토어 1호점은 잡스의 구상에 의해 2001년 뉴욕 맨하탄 한복판에서 열렸다. 생전 잡스는 애플스토어에 애착이 많았다. 직접 디자인과 인테리어, 동선 및 매장 구성 등에 관여했다. 지금 애플스토어는 전 세계 360개 매장을 갖추고 있으며 방문객이 연 인원 8500만명을 넘어선다. 이는 디즈니랜드 전체 방문객을 넘어서는 수치다. 애플스토어의 지난해 매출액은 180억 달러(점포당 연간 5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8%가 성장했다. 2012년 미국 소매업 매출 성장률이 2011년 대비 2% 성장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뉴욕 맨하탄 유니온 스퀘어에 위치한 베스트바이 매장에 '삼성체험매장'을 열었다. 삼성은 올해 내로 미국 전역의 1400여개 매장에 숍인숍 형태의 체험장을 열 계획이다. 체험장에서는 스마트폰 등 각종 삼성제품을 체험 및 구입, 사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관련 업계는 삼성의 행보가 애플스토어를 따라잡기 위한 처절한 노력으로 분석한다. 애플스토어는 단순한 소매점이 아니다. 애플의 브랜드, 디자인, 콘텐츠 플랫폼 및 각종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받을 수 있는 '통합체험센터'다. 수많은 사람들은 애플의 성공이 제품에서 비롯됐다고 여긴다. 그러나 진정한 애플의 성공은 애플스토어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는 잡스 연구가가 늘고 있다. 카민 갤로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이미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등의 저서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갤로는 "다른 이들이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에만 집착해서는 절대 애플처럼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어 갤로는 "애플스토어가 제공하는 '고객 경험'이 애플 성공의 비밀"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갤로의 저술 '애플스토어에 경험하라'는 애플스토어를 경영분석한 최초의 책이다. 이 책은 겉으로 드러난 제품 혁신보다 성공 뒤에 가리워진 애플 마케팅을 더욱 주목하고 있다.애플스토어는 평일 오전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애플스토어 직원들이 제공하는 '고객 경험' 덕분이다. 애플스토어의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절대로 제품 구입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따뜻한 환영과 소통, 특별한 유대감을 제공한다. 애플스토어 내에서 직원과 고객이 야구 얘기나 사소한 고민을 나누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아주 일상적인 수다에 빠져 있는 고객과 직원 모습도 마찬가지다. 그저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것보다 유대를 강화하는 사교공간처럼 보인다. 젤로는 이런 모습이 애플스토어 성공 열쇠로 평가한다.저자는 애플의 서비스 5단계, 멀티테스킹교육 등 애플스토어의 마법을 통해 독자들이 원하는 혁신의 방향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잡스의 혁신을 경영에 접목하려는 기업인이라면 꼭 참고할만 하다.<'애플스토어를 경험하라'/카민 젤로 지음/조은경 옮김/두드림 출간/값 1만4800원> 이규성 기자 peac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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