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자구책 유상증자·BW 발행 증권신고서 번번히 퇴짜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자금이 딸리는 상장사들의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가뜩이나 약세장이라 증시에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데다 자금조달을 위한 1차 관문인 금융감독원에 내야 하는 증권신고서조차 반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장사 중 올들어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건수는 모두 20건이었다. 이중 15건은 6월10일 이후, 최근 한달 사이에 나왔다. 5월까지 2000선을 오르내리던 증시는 6월 들어 급락하며 한때 1800선이 무너질 정도로 약세장이었다. 5월29일 장중 588을 넘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던 코스닥지수도 채 한달이 안돼 100포인트 이상 빠졌다. 시장 급락에 자금 여유가 없는 상장사들은 다급해졌다. 유상증자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달 들어서만 800억원대 사채 원리금을 갚지 못한 오성엘에스티는 BW 발행을 통해 400억원을 조달하려고 준비했다. 대규모 체납을 하기 한달 반 전인 5월16일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5월28일에 이어 7월1일에도 신고서를 반려하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증권신고서 내용이 불분명한데다 믿을 수 없어 그대로 BW를 발행하게 두기에는 위험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은 오성엘에스티는 결국 수백억원대의 빚을 갚지 못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채원리금 미지급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1일 2650원으로 마감됐던 주가는 이날 오전 1065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달 7일 39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KEC도 금감원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보고서가 6월24일에 이어 지난 10일 다시 반려되면서 정정보고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이 사이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유증 발표전인 6월5일 224원이던 주가는 지난 10일 장중 139원까지 밀렸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고위 인사는 "보통 자금을 조달할 때는 여유가 있을 때 해야 한다. 자금이 부족해졌을 때는 그만큼 조달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금소요가 임박한 시점에서 무리하게 조달을 추진하다보면 증권보고서 내용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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