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택배업계가 택배 단가 인상 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진은 배송서비스 차별화를 통한 고객만족도 극대화를 위해, 현대로지스틱스는 택배기사와의 상생을 이유로 단가를 인상했다. 하지만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통합 이후 배송 거점간 배송밀집도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물량 확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단가 인상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로지스틱스 "평균 250원 인상"= 먼저 현대로지스틱스는 올 1월 택배 단가 인상이라는 카드를 업계 최초로 꺼냈다. 이후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 3월부터 6월 현재까지 재계약분 중 61.8%에 한해 평균 택배단가를 250원 가량 인상했다. 노영돈 현대로지스틱스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반기 전체 재계약 기업고객 3765곳 중 2326군데(61.8%)가 택배단가 인상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초 발표한 것처럼 평균 500원을 인상키 위해 노력했으나 평균 250원 가량 올리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택배 단가는 택배회사와 홈쇼핑 등 기업고객 간의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기업고객들은 수익 확보를 위해 물류비용 축소에 나서고 있다 택배업체들의 서비스나 배송시간 등도 편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을수록 물량 확보에 유리하다. 이에 협상을 통해 단가를 소폭 인상했지만 목표 수준까지 도달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노 사장의 설명이다. 노 사장은 "고객들 중에는 단가 인상으로 인해 다른 회사로 떠난 고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이 단가 인상에 동참했다"며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 등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 택배사들이 동참하지 않는다고 해도 택배 단가 인상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대로지스틱스는 인상된 택배 단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됐는지는 답하지 못했다. ◆한진 "질적 서비스 향상이 우선"= 한진은 택배 단가 인상도 중요하지만 고객만족도 향상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택배기사나 택배회사의 수익 확보를 위해 단가 인상이 전제될 수 있으나, 그보다 택배회사의 상품인 택배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단가 인상의 이유가 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택배서비스를 개선해 기업고객이나 개인고객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택배 단가 인상도 정당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은 최근 택배 상품별 접수지침, 업무 제휴상품 등을 배송기사가 고객에게 쉽게 안내할 수 있는 택배서비스 가이드북(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 모든 배송기사의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혼잡한 고객서비스센터에 통화량이 몰릴 경우 'URL(Uniform Resource Locator) 자동전송 서비스'를 통해 상담원과 1대 1 문자 상담이 가능토록 개선했다. 한진은 이같은 노력을 통해 상반기간 1500곳 고객 평균 택배단가를 258원 가량을 올릴 수 있었다. 이어 신규 고객사 2000곳의 평균 단가도 135원 가량 인상했다. 개별적으로는 한 의약품 업체와의 택배 물량 계약에서 기존 대비 약 923원 가량 택배단가를 올렸다. 한 중견 온라인 쇼핑몰과의 재계약에 있어서도 약 540원 정도 단가 인상이 가능했다.◆CJ대한통운 "무리한 인상은 시장에 부담"= CJ대한통운은 기본적으로 택배 단가 인상이 필요하지만 급작스럽고 무리한 인상은 오히려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회사에서는 당연히 단가를 높게 받고 싶어한다"면서도 "오히려 급작스럽고 무리한 인상은 소비자와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실제적인 인상 사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이 지난 4월 대한통운과 CJ GLS이 합병한 뒤 매출액 5조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또 지난 달 택배기사들의 파업에 따라 '정상적 배송활동 기준 수입이 하락할 경우(4~6월 평균이 3월보다 줄어들 경우) 차액보전' 등을 약속했다는 점에서도 물량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어 CJ그룹내 CJ오쇼핑 등 그룹내 물류 매출의 비중 축소를 위해 외부 배송 물량 수주가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 있어 택배 단가 인상이 아니라 오히려 단가 하락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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