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읽어주는 관악구 '머리맡 동화책' 선생님들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호랑이는 팥죽을 먹은 후 할머니를 잡아먹기로 했어요. 어흥... 팥죽 한 그릇 주면 안 잡아먹지, 이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지난 14일 관악구청 별관강당에 모인 20여명의 할머니들은 그림책 소개를 하는 황수자(71)씨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할머니들만 모여 있는데 현장 분위기는 마치 어린이집을 옮겨 놓은 것 같았다. 관악구(구청장 유종필)가 북스타트사업 일환으로 시행하는 ‘머리맡 동화책’ 선생님들이다. 이들은 매달 2번 이렇게 모여 손유희 연습, 교구 만들기, 그림책 읽어주기 사례발표 등을 한다.‘머리맡 동화책’ 사업은 ‘일생을 책과 함께’를 표방하는 관악구가 영유아들이 책과 친숙해지도록 하기 위해 2011년부터 시행한 것으로 평생학습관 등에서 동화구연과정을 마친 노인들이 관내 어린이집을 순회하며 그림책을 읽어준다. 현재 63세부터 77세까지 24명의 할머니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 사람이 4~5개씩 모두 105개 어린이집을 방문하고 있다.이들에게는 노인 일자리사업으로 시간 당 1만원씩 실비가 지급된다. 유종필 구청장은 “노인 일자리사업들을 보면 교통봉사, 거리청소 등 단순노무가 대부분이라 개선이 필요했다”며 “어르신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분야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봉어린이집 어린이들을 위한 뽀로로 동화 구연

또 유 구청장은 “‘머리맡동화책’ 사업을 자신이 강조하는 지식복지형 일자리사업”이라며 “핵가족화로 조손간 정이 예전 같지 않은 가족문화 속에서 1?3세대를 연결하는 큰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최고령 참여자 김명숙씨(77)는 “전업주부로만 살아왔는데 이 나이 들어 아이들에게 선생님 소리를 듣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요즘은 아이들 만날 생각에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신사동 ‘해뜨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씨(24)는 “아이들이 할머니 선생님 언제 오냐고 물어볼 때가 많다”며 사업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이들은 벌써 10월 관악구에서 개최하는 ‘책잔치’를 기다리고 있다. 무대발표를 하고 체험부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머리맡 동화책’ 사업은 노인을 섬김의 대상만이 아닌 지역의 문화인자로 만들고 있다.박종일 기자 dre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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