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증시]과민반응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지난주 코스피는 1820선까지 주저앉으며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하반기 중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동반 급락했다. 이번 주 증시는 미국 연준 총재의 연설 및 경제지표, 국내외 프리어닝시즌 등이 주요 변수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로 국내외 금융시장 충격이 컸지만, 국내외 프리어닝시즌을 통한 시장이슈 전환 모색, 금융위기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근접에 따른 중기적인 저평가 매력 등을 통해 국내 증시는 저점형성을 시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박중섭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 6월 FOMC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발언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한다면 최근 나타난 시장의 반응은 다소 과민한 측면이 있다.우선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유동성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해소시켜준 측면이 있다. 미국 의회에서의 버냉키 의장 발언(5월22일) 이후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양적완화 규모의 축소를 넘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까지 확대됐다. 심지어 1994년 기습적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져왔던 금융시장의 충격을 떠올리며, 이머징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대량 이탈 우려도 제기됐다. 출구전략에 대한 가능성만을 내비쳤을 뿐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었던 것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것이다.6월 FOMC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정책의 축소 가능성과 시기를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불필요하게 확대 재생산된 출구전략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연준이 예상한 경로로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경우 올해 안에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공급되었던 유동성의 규모를 줄일 것이며, 2014년 중반에는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동성 공급 규모의 축소'는 더욱 명확해 졌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먼 미래의 일이라는 점을 함께 강조함으로써 기습적인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도 해소해줬다. 실제로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있었던 6월19일과 다음 날인 20일,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파생상품을 통해 나타나는 내재확률)는 6월 FOMC이전보다 감소했다.양적완화 정책 축소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버냉키 의장이 계획을 발표한 것은 갑작스런 자산매입 중단 시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정보전달의 목적이 강했다. 시장은 이제 막연한 유동성 축소에 대한 두려움을 접고, 경기문제로 시선을 옮겨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적완화 정책의 축소는 미국 경제의 회복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과 유동성 축소가 아닌 유동성 공급 규모의 축소라는 점을 차츰 시장이 인식하면서 충격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주가의 반등을 기대하는 또 다른 요소는 미국의 정책공백을 유럽의 정책이 보완해 줄 가능성이다. 27~28일 EU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까지 유럽의 성장전략들이 제시될 예정이다. 미국의 출구전략과 아베노믹스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유럽은 5월 이후 성장을 위한 정책공조를 강화시켜 왔다. 이제 그 결과가 6월 EU 정상회담을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1997년 3월 Fed의 기준금리 인상(일본 엔화약세) 이후 아시아 시장은 외환위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1997년과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고, 외환보유고 대비 외화부채와 단기외화부채 비율을 비교해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시점을 굳이 현재 시점에서 떠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1994년 2월 Fed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은 국내를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주식과 환시장)이 상당히 고평가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와 달리 신흥국 금융시장의 고평가를 논할 정도는 아니다. 또한 현재 Fed는 금리 인상이 아닌 자산매입 규모 축소, 자산매입 프로그램 종료, 기준금리 인상의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흥국과 국내 증시 하락률은 1994년 2월 이후 Fed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과 유사한 수준이다. 2004년 6월 Fed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은 국내 증시의 유동성 버블 정도가 상당히 컸던 국면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를 유동성 장세로 정의할 수 있지만, 최근 유동성 장세는 2004년과 달리 유동성 버블 국면으로 진입하지도 못한 상황인 것이다. 또한 2004년은 미국과 중국이 기준금리를 동반 인상했으나 현재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중국인민은행이 Fed의 시각 전환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의 최근 되돌림 정도(상승 폭 대비 하락 폭)는 2004년도에 진행됐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Fed가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에 유동성 위축을 우려할 수 있는 국면이라는 의견에 충분히 동의한다. 그로 인한 국내증시의 조정도 불가피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 하락이 상당히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1994년과 2004년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국내 증시의 하락이 다소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수준에서는 낙폭을 축소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외국인 매도공세가 집중됐던 IT(반도체·장비, 디스플레이)섹터와 소매·유통 업종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김두언·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 출구전략의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는 하반기 미국 경기에 대한 Fed의 자신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수정 경제전망을 보면, 내년도 미국 경제는 3.5% 성장이 가능하고 실업률은 6.8%로 낮아지는 등 전반적인 경제전망을 상향조정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위기 이후 미국 가계의 디레버리징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온데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86개월 만에 확장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향후 미국 소비의 개선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따라서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소비의 개선을 발판으로 하반기 미국의 경기가 회복을 이어간다면 향후 Fed의 출구전략은 펀더멘털 개선을 수반한 완만한 형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즉 내년 상반기에 매입규모의 축소를 시작으로 내년 중반에는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 중단, 이후 국채매입 중단 등 단계적인 형태를 보이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 할 것이기에 최근 Fed의 출구에 대한 불안감을 다소 과하다는 판단이다.김유리 기자 yr6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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