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지금 삼성은 글로벌 기업사에 유례없는 전쟁을 펼치는 중이다. 애플과의 특허전이 그것이다. 재작년 4월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기술과 디자인, 사용자 환경, 포장까지 베꼈다"며 소송을 낸 이후 삼성은 애플과의 전쟁터를 유럽, 호주 등 세계 곳곳으로 더 확대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이건희 삼성 회장은 "애플만 아니라 우리와 관계 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기업까지도 삼성을 견제하고 있다. 못이 나오면 때리는 게 원리"라며 삼성의 모든 경쟁기업을 적으로 삼았다. 이 회장이 확전을 독려하고, 더 많은 적수를 끌어내자 모두들 의아스럽게 여긴 건 당연하다. 헌데 삼성이 애풀과 싸우는 동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 대 애플'이라는 양강체제를 굳어졌다. 노키아 등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몰락시키고 글로벌 시장 판도를 순식간에 재편시켰다.예전에 볼 수 없었던 '전략가 이건희'의 면모는 글로벌기업에게 있어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이 회장의 사전에는 '휴전'과 '협상'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글로벌 경영무대라는 정글 안에서 스스로 전쟁터와 대상을 넓혀온 삼성이 과연 승리의 축포를 쏘아올릴 지 초미의 관심사다. 1993년,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며 신경영을 선언한 지 20년, 삼성의 성적표는 화려하다. 매출 29조원에서 380조원으로 13배, 세전이익 8000억원에서 38조원으로 47배, 총 자산 41조원에서 543조원으로 13.2배, 시가총액 7조6000억원에서 338조원으로 44배가 늘었다. 반도체시장에서는 21년간 세계 1위를 놓친 적 없으며 스마트폰시장에서는 북미지역을 제외하고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삼성은 삼류기업에서 글로벌 100대 브랜드 세계 9위로 진입,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났다. 순탄치 않은 여건에서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창출한 성과물이다. 이에 출판계도 이건희 신경영 20년을 재조명하는 서적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송재용ㆍ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 등이 공동집필한 '삼성 웨이', 조일훈 한국경제신문기자의 '이건희 개혁 20년, 또 다른 도전', 명진규 아시아경제신문기자의 '청년 이건희'를 꼽을 수 있다. 이 세 권의 책은 이건희를 조망하는 데 조금씩 태도를 달리 하고 있다. '삼성웨이'는 학자 출신의 저술답게 이건희 경영을 이론화한 책이며, '이건희 개혁 20년, 또다른 도전'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 환경에서 삼성의 생존법을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 반면 '청년 이건희'는 인물 탐구 중심으로 삼성신화의 원동력이 된 청년기의 생활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제 이건희 경영학은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도 연구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다만 올해 이건희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재조명'이라는 성격으로 다시 한번 '이건희 읽기'가 새롭게 시작된 분위기다. 이 중에서도 '청년 이건희'는 오늘날 글로벌 전략가로 이 회장의 성장 배경과 환경, 조건, 인물 형성 과정을 탐구하고 있다. 현직 삼성그룹 출입기자인 저자는 저술 배경에 대해 "이건희의 경영이론을 담거나 그의 행보에서 경영법칙을 찾아내는 대신 청소년과 청년 시절에서 신경영의 원동력을 찾고자 했다"며 "개인적인 삶에서 어떤 소양을 갖추게 됐는지, 그 소양이 신경영에서 어떻게 발현됐는지를 탐구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건희 경영학의 원천을 젊은 시절에 나타난 '무한탐구의 정신', '발상을 뒤엎는 창의적 기질'에서 찾는다 . 특히 창의적 기질이 끝없는 열정, 사물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는 통찰력으로 이어져 '이건희 신경영'을 낳은 동력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이건희 연구'는 출판 트렌드로 부상, 조명이 집중되기는 했으나 삼성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삼성이 지닌 독점적 지위 해소 등 본질적인 의제를 회피하고 있다. 특히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삼성과 이건희 경영학에 대한 탐구는 시대정신의 하나인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 등 한국 사회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좀더 심도 있는 연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청년 이건희'/명진규 지음/팬덤북스 출간/값 1만6000원> 이규성 기자 peac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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