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대변인 중대담화 '북·미 당국 간 고위급 회담 제의'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자료사진)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북한이 16일 남북당국회담을 보이콧한 지 닷새 만에 미국을 향해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을 갖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번 대화 제의에서 북한은 그간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았던 비핵화 문제까지 거론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진정성이 포함돼 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중대담화에서 "조·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면서 "조·미 당국 사이의 고위급 회담에서는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 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미국이 내놓은 '핵없는 세계 건설' 문제를 포함해 쌍방이 원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폭 넓고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회담 장소와 시일은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된다"며 "미국은 진정으로 '핵 없는 세계'를 바라고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차례진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의 대범한 용단과 선의에 적극 호응해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비핵화까지 거론하며 전방위적 대화공세= 북한이 전격적으로 북·미 대화를 제의한 것은 답답한 국내·외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남북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로 무산돼 당장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정상화와 남한의 대북 지원이 급했던 북한은 경제적 타격을 고스란히 받게 됐다. 이와 함께 27일 열릴 한·중 정상회담은 북한의 근심을 더욱 깊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남북당국회담 보이콧 등 북한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설명하며 대북 압박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됐다. 북한으로서는 한·미,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한·중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한·미·중 3각 대북 공조가 더욱 튼튼해질 것을 우려, 북·미 대화 제의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한·중 정상회담, 다음달 27일 전승기념일을 앞두고 국면 전환을 위한 대화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의 제의에서 특히 눈 여겨 볼 대목은 지금까지 굉장히 말을 아꼈던 비핵화를 대화 의제로 제시했다는 것으로, 미국에 '앞으로 비핵화, 평화협정 등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 해보자'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북한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 북한은 국방위 대변인 중대담화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우리의 비핵화는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의 당당한 지위는 그 누가 인정해주든말든 조선반도 전역에 대한 비핵화가 실현되고 외부의 핵위협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은 우리에 대한 핵위협과 공갈을 그만두고 '제재'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도발부터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자신들이 말하는 '한반도 전역의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는 한 핵 포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따라서 북·미 대화에 앞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인 미국 정부가 당국 간 고위급 회담 제의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양무진 교수는 "미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양자 회담 보다는 다자 회담을 원하고, 특히 북한이 먼저 비핵화 선언 뿐 아니라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전 조치까지 하기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북·미 대화 제의가 중국의 중재에 의한 것이라면 의미가 있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미국이 대화 제의 자체에 의심을 가지고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에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을 시 대화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며 "북한이 이러한 분위기를 알면서도 현실성 없는 대화 공세를 펼치는 것은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우리는 대화를 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자신들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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