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심리학자 칼 모리슨 박사가 분석한 프로골퍼의 '힐링컬러'
옷 색깔에 따라 정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가 하면 상대를 위협하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리키 파울러.(왼쪽부터)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프로골퍼가 대회 최종일 특정 컬러의 옷을 고집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대표적이다. 요즈음 1~3라운드에서는 다양한 색상을 소화하지만 최종일에는 여전히 붉은색만 입는다. 스포츠 심리학자 칼 모리스 박사가 최근 골프전문지 <더골프>를 통해 프로골퍼의 옷 색깔에 대한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이른바 '힐링컬러'다. 모리스박사는 "옷 색상에서 선수들의 멘탈을 곧바로 바로 유추할 수 있다"며 가장 완벽한 예로 우즈를 꼽았다. "레드는 공격적이고 격정적인데 우즈가 레드를 선택하는 이유가 바로 '내가 우승컵을 차지한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레드가 승리를 부른다'는 통계도 있다. 러셀 힐 영국 듀햄대학 교수는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축구경기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입으면 승리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레드 셔츠를 입은 팀이 다른 컬러를 입은 팀보다 성적이 더 좋았다"는 연구 결과다. 한국 축구대표팀도 한때 비슷한 징크스가 있었다. 붉은 색을 입었을 때 승률이 높았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우즈와 동반플레이를 펼칠 때 붉은 색 셔츠로 맞불작전을 펴는 것도 전략이다. 우즈에게 오히려 심리적 압박을 준다. 평소 상대방이 즐겨 입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똑같은 옷을 선택했을 때 상대가 느끼는 감정은 충격적이다. 매킬로이가 레드를 입는 것은 일종의 도발인 동시에 '우즈의 자리를 뺏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내는 행동이라는 이야기다.리키 파울러(미국)의 오렌지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모교인 오클라호마 주립대의 상징색이다. 모리스 박사는 "인간의 뇌는 친숙한 것을 좋아한다"며 "파울러의 오렌지는 매우 영리한 방법"이라고 칭찬했다. "좋은 시절과 연관된 컬러는 좋은 기억만 남게 된다"는 논리가 출발점이다. 파울러는 플레이 도중 엄청난 압박감이 몰려와도 뇌에서는 친숙한 컬러가 평범한 날로 인식돼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는다. 이안 폴터(잉글랜드)의 화려한 문양과 컬러는 이례적이다. 다른 선수나 갤러리의 시선이 집중돼 부담스러운 스타일이다. 폴터에게는 다행히 외향적인 성격과 잘 맞아떨어져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내성적이거나 차분한 선수는 쉽게 소화하기 어렵다. 선수들이 대부분이 자신만의 색상이나 스타일을 고집하는 까닭이다. 모리스 박사는 "스폰서인 의류업체에서 공급한 옷의 컬러가 맞지 않을 경우 성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손은정 기자 ejs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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