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김종목의 '동시다발' 중에서

변기에 앉으면 기침이 납니다 라는 내 말에/의사는 청진기를 가슴에 대고 나서/사진을 한번 찍어보잔다/쓸데없는 짓일 거란 생각을 하면서/사진을 찍었지만/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이상 징후가 워낙 빨라서/숨바꼭질하듯 숨어버린 것일까(......)■ 몸은 미궁이다. 의사들 중에선 안을 자주 열어 보아 얼개도가 훤한 이도 있겠지만 대부분에게 신체의 내부 사정은 늘 의문투성이다. 우리가 몸의 안쪽을 잘 모르는 이유는, 살결이라는 투명하지 않은 껍질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몸의 각 부위와 결합처들이 기계처럼 명쾌하고 단순하게만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러 부위들이 저마다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신체 기관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경계를 넘어선 정신의 문제, 영혼의 문제로 들어가면, 이건 뭐 아무리 단순해 보이는 것이라도 난해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자루 바깥에서 자루 안을 짐작하려 열심히 노력하지만, 코끼리 만지는 눈먼 짐작처럼 답답하다. 최근에 내겐, 까닭도 없이 한숨을 쉬는 습관이 생겼다. 추임새도 독특한데, '하이야!'라고 나도 몰래 내뱉는 것이다. 누군가가 지적을 하기에 돌이켜 보니, 끊임없이 그런 '하이야'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안 해야지 결심했는데, 5분도 안 되어 그런 소리가 나온다. 이것이 대체 어디서 왔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이야! 관절염에 고통받으시는 그 몸이 저절로 내는 '노랫소리' 같은 것이었다. 이것도 모전자전인가. 신음소리에도 어머니를 모시고 사니, 삶이란 정말 뛰어봤자 벼룩 아닌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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