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22일 대전에 위치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은행장들의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한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다. 오후 늦게 이 행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장에 동석한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쏟아졌다. 이 행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특유의 웃음만 지어 보였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회장에 사실상 내정됐다. 우리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오늘 오후 4시께 이 행장을 회장 내정자로 공식 발표한다. 이 행장은 우리금융 역사상 행원에서 회장에 오르는 첫번째 사례다. 우리금융은 또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행장이 회장을 겸직하게 되면 지난 2007년 황영기 전 회장이 퇴임하면서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한 뒤 6년만에 다시 겸직체제로 복귀하게 된다.이 행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구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1977년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홍보실장과 인사부장, 기업금융단장, 개인고객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맡았고 2008년 수석부행장을 거쳐 2011년 은행장에 올랐다.이 행장은 역대 우리은행장 가운데 노조와도 대화가 '통하는' 거의 유일한 행장으로 통한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 행장의 회장 선임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높이 평가받았다. 우리금융 회장이라는 막중함 임무를 부여받은 것엔 이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행원시절엔 탁월한 영업력도 발휘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항상 고민하고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눈과 귀로 보고 듣는다.이 행장은 항상 임직원들에게 "영업을 모르면 임원을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은행장 시절엔 영업과 관련된 실무에 너무 정통해 그에게 보고하는 부행장들이 상당히 힘들어했을 정도다.그의 서비스 정신을 알게 해주는 에피소드 하나. 이 행장은 고객들과 함께 골프장에 가면 카트의 가장 바깥쪽에 골프백을 놓도록 한다. 고객들이 골프백에서 공 등을 꺼내기 쉽게 하기위한 배려다. 우리은행의 한 부행장이 고객의 골프백을 안쪽에다 놓았다가 이 내정자에게 불호령을 들은 적도 있다.이 행장은 현재 우리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는 큰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 '명사클럽'의 결속력을 견고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개인고객담당 부행장 시절에 우리은행 주요고객들의 모임은 명사클럽 회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잠을 줄이고 시간을 쪼개 회원들을 만나면서 신뢰를 쌓았다. 그의 부지런한 성격과 친화력에 우리은행에 대한 회원들의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현재 우리은행 명사클럽 회원수는 750여명 정도다. 민영화와 함께 조직 추스리기, 악화되고 있는 금융경영 환경 등 산적한 과제를 앞에두고 있는 우리금융에서 '이순우 차기 회장'의 리더십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 지 금융권에선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대섭 기자 joas1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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