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통한 우회증여 등 편법 지능화"재계선 "세금폭탄에 기업 위축" 우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1.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 그는 증여세를 피하고자 본인 소유의 주식을 회사 임직원에게 명의신탁했다. A씨가 사망한 뒤 그의 아들이 차명으로 물려받은 주식과 부동산은 190억원에 달했다. 차명 주식은 아들 소유회사에 저가로 매각됐다. 국세청은 세금부담 없이 경영권을 승계한 아들에 185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2.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B씨. 자녀들이 대주주로 등재돼 있는 비상장법인에 자신이 100% 지배하는 법인의 주식 전부를 헐값에 넘겼다. 자녀들의 비상장법인은 자동적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B씨의 재산은 세금 한 푼 없이 자녀들에게 증여됐다. B씨는 최근 국세청에 적발돼 수십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변칙 주식거래 갈수록 '교묘' = 국세청이 법인들의 대주주들이 주식 매매에 대한 세금을 탈루하는 행위에 대해 조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위 사례처럼 주식 명의신탁, 법인을 통한 우회증여 등 변칙 탈루 행위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4년간 주식변동 사항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 건수는 엇비슷했으나 부과세액은 늘고 있는 추세다. 국세청은 주식변동 조사를 통해 2009년 258개 법인에 1730억원, 2010년엔 274개 법인에 6590억원, 2011년 280개 법인에 4630억원, 2012년 252개 법인 5150억원을 각각 추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루 세액이 큰 법인이 적발되면 추징 금액이 급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부동산을 이용한 편법 증여는 이미 수법 등이 충분히 드러났지만 주식을 이용한 편법 증여는 복잡한 수법과 조사 인력 부족 등으로 그동안 대처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부 대주주들은 차명 계좌를 통해 보유 주식의 일부를 숨기는 수법으로 과세 기준에 미달하는 것처럼 위장해 탈세를 하고 있다"며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대주주들의 주식을 이용한 탈세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식 이용한 '편법 증여' 중점 조사 = 국세청은 특수 관계인끼리 주식을 거래하면서 법인을 경유해 법인세만 낸 사례들을 꼼꼼히 살펴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그룹 오너의 자녀가 최대주주인 회사를 대상으로 그룹 계열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등 주식을 이용한 편법 상속 등도 조사 대상이다.현행법상 소액 주주의 주식 매매 차익은 비과세 대상이나, 코스피시장은 지분율 3% 이상ㆍ주식 가액 100억원 이상, 코스닥시장은 5% 이상ㆍ50억원 이상인 대주주가 얻은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선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오는 7월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주주의 기준이 코스피시장은 2% 이상ㆍ50억원 이상, 코스닥시장은 4% 이상ㆍ40억원 이상으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위장 거래 등을 통한 주식 차명 보유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또한 주식 양도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은 과세표준(과표)이 2억∼200억원일 경우 세율이 20%지만 증여세는 과표 10억∼30억원 기준으로 40%나 된다. 같은 거래라도 증여세가 부과되면 세금이 2배 이상으로 급증하게 된다.◆ 기업인들 우려의 시선 = 이와 관련, 국세청은 최근 기업자금을 불법유출해 차명으로 재산을 관리하거나, 변칙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한 혐의가 있는 대재산가 51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번에 조사받는 대재산가에 대해서는 위장계열사 설립, 부당 내부거래, 지분 차명관리, 특정채권ㆍ신종사채 등을 통한 편법 상속ㆍ증여 행위를 중점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 개인의 편법적인 부(富)의 대물림 조사는 부동산보다 주식 조사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세청의 이같은 움직임에 재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변칙 주식증여에 대한 과세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현장에서 집행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적용되는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몇 년 전 회사를 설립할 때 창업 멤버들한테 주식을 나눠줬는데, 국세청이 이를 증여로 간주해 세금폭탄을 맞았다"며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업인들의 심리를 위축 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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