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FC서울마저 감탄한 이 남자

차두리(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이런 선수는 처음이다. 정말 최고다."FC서울은 K리그 클래식에서 손꼽히는 빅클럽이다. 당연히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만큼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가 거쳐 갔다. 그런 서울조차 주저 없이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선수가 있다. 바로 차두리다.차두리는 10여년의 유럽 생활을 마치고 지난 달 말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국내 무대 적응과 컨디션 회복 여부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 입단 20여일 만에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고, 지난 20일 대구전(4-0 승)에선 첫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덕분에 서울은 시즌 초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을 노리고 있다.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용수 감독은 차두리에 대해 "경기력 측면 외에 내적으로도 짧은 시간에 팀 전체에 '해피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에게도 항상 자신감과 믿음을 주고, 내부소통에 앞장서는 모습"이라며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는데, 차두리가 있어 큰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들도 칭찬일색이다. 영입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 프런트는 "차두리는 경기장과 훈련장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진정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늘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 덕분에 오랜 무승 기간에도 선수단 분위기가 어둡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프런트는 "그동안 많은 선수를 봐왔지만 인성 면에서 단연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보통 구단 관계자는 선수에 대한 평가를 아낀다. 아무래도 '내부의 목소리'가 대내외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 비난은 말할 것도 없고, 호평조차 다른 선수와의 비교나 상대적 박탈감 등 의도하지 않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차두리에 대해선 스스럼없이 얘기를 꺼낸다. 그만큼 선수단 전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볼 수 있다.

차두리(왼쪽)와 김주영(사진=정재훈 기자)

차두리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한다. 대구전 도중 몇몇 서울 선수들은 몰리나에게 수비 가담을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차두리는 그런 동료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내가 더 뛰면서 수비할 테니, 몰리나는 내려오지 말고 골만 넣게 하자'라고 얘기했다. 후반 37분, 몰리나는 차두리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 추가골을 터뜨렸다. 차두리의 국내 복귀 뒤 첫 공격 포인트. 그는 "공격 포인트가 많은 선수도 아니고 질 좋은 크로스도 아니었는데 몰리나가 마무리를 잘 해줘서 고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은 농담처럼 꺼낸 얘기지만 선수단 내에서 차두리가 끼치는 긍정적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는 인터뷰 곳곳에서도 묻어나왔다. 차두리는 대구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경기 전에 기분이 다운돼 있어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이 동료들이 열심히 잘 해줘 이길 수 있었다"라며 승리의 공을 팀 전체에 돌렸다. 이어 "FC서울, 정말 좋은 팀이다"라며 특유 함박웃음을 지었다.

차두리(사진=정재훈 기자)

마냥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니다. 베테랑답게 중심을 잡을 줄도 안다. 그는 "단순히 승리했다고 반전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분위기가 좋아질 순 있겠지만, 이젠 또 다른 상대를 만나 0-0에서 다시 시작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똑같은 정신력과 절실함을 가지지 않으면 오늘의 승리가 내일은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오늘 승리에서 가져갈 건 자신감 뿐, 나머지는 다 버려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본인이 팀 전체에 긍정의 힘을 퍼뜨리고 있다는 평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마운 일"이라 웃어보였다. 그러면서도 "서울에 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내게 모든 관심이 쏠리다보면 팀 전체에 해가 될 수 있는 점"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난 선수단의 일원일 뿐, 혼자 튀고 싶지 않다"라며 "스타가 아닌 서울의 한 선수로 대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빅클럽조차 반할만한 답변이었다.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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