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방송 등 대북심리전의 진화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주변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을 비방하는 유인물 수백장이 발견됐다. A5용지 크기의 유인물에는 최근 김 장관의 대북 강경 발언을 비판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20일 정보당국 관계자는 "유인물은 책자의 제목같은 출처는 밝히지 않았지만 유인물에 묻어있을 지문감식 등을 이용해 대공용의점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비방유인물은 심리전에 사용되는 일종의 삐라다. 남북은 지난 60년동안 심리전을 위해 대남, 대북 삐라는 물론 라디오방송을 이용해왔다. 삐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70년대 말이다.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심리전 총국에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에 물꼬를 트기 위한 타개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다. 심리전 총국은 대만에 있는 대륙공작대의 사례를 보고 아이디어를 착안해 낸다. 대만의 대륙공작대는 풍선에 육포, 기름 등의 식료품을 실어 중국본토에 보냈다. 당시 심리전 총국은 육포와 기름대신 북한제 '천리마 라디오' 와 똑같이 생긴 라디오를 제작해 북한에 보냈다. 삐라는 이후 20년 동안 선전 전단지가 북측에 날아갔다. 하지만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2000년 4월 '삐라 살포를 금지해 달라'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된다. 대북심리전 차원에서 시작한 대북방송은 6.25전쟁이 끝난 1962년부터 시작됐다. FM방식으로 송출된 방송은 확성기를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퍼졌다. FM라디오 수신기를 이용해 방송을 들었다는 귀순자, 탈북자의 진술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난 2004년 6월 15일 42년간의 방송을 끝으로 대북라디오방송은 끊겼다.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 방송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휴전선 일대 94곳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와 11개 지점의 대형 전광판을 관리하는 부대가 해체됐다. 또 대북 심리전 수행을 위해 1991년 3월 창설된 국군심리전단의 임무나 기능은 재조정됐다. 국군심리전단은 최신가요 방송과 시사뉴스 전달 등을 통해 북한군의 귀순을 유도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임무를 맡아왔다.최근에는 심리전단의 역할을 단파와 인터넷을 이용한 대북방송이 대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는 인터넷과 전파를 통해 7개 매체가 활동 중이다. 또 민간단체가 주도해 전단지를 날리게 된 것이다. 민간단체가 날린 것은 지난 2000년 남한으로 귀순한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와 1995년 탈북한 기독교탈북인연합회 이민복 대표가 주축이 돼 2004년부터 북측을 향해 풍선을 날리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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