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은 보스톤 마라톤 테러로 온통 난리인데요...1947년 오늘은 바로 그 대회에서 우리나라 서윤복 선수가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 한 날입니다. 제51회 대회였죠. 대회 출발선에는 서윤복외에도 남승룡과 손기정이 서 있었습니다. 아직 대한민국이 나라로서 출발도 하지 않은 때 였으니 정부가 지원해줄 여력도 없었죠. 이들은 미군 비행기를 타고 괌,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등을 거쳐 일주일 이상 걸려 대회장에 도착했습니다. 컨디션이 좋았을리 없었죠.결국 손기정은 컨디션 난조로 출발 직전 아쉽게도 출전을 포기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손기정은 이미 1936년 베를린 대회에서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나라 잃은 서러움을 겪은 사람 이었으니 그 안타까움은 무척 컸을 겁니다.이윽고 총성이 울리고... 선두를 달리던 서윤복은 경기 도중 마의 코스인 30km지점에서 위기를 만납니다. 갑자기 도로에 뛰어든 개 때문에 그만 넘어지고 만 것이죠. 경쟁자들은 앞서 치고 나갔고 그는 일으나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운동화 끈이 풀어집니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165cm의 왜소한 동양인 서윤복은 마침내 세계 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남승룡은 2시간 41분 10초로 10위에 올랐구요.나라의 변변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태극기를 달고 첫 출전한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하였으니 선수들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승을 한 서윤복 선수도 그렇지만 손기정 선수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선수들은 경기후 부둥켜 안고 펑펑 울었답니다. 김구 선생은 '足覇天下(발로 천하를 제패하다)'라는 휘호를 선물했지요.보스톤 마라톤 대회는 이후 우리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갑니다. 3년 뒤인 제54회 대회에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나란히 1,2,3위를 휩쓸었죠. 이 대회 감독을 맡은 사람이 손기정 이었습니다. 1994년 제98회 대회에서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2시간 8분 49초의 한국신기록으로 4위를 기록했고, 2001년 제105회 대회에서는 '봉달이' 이봉주가 2시간 9분 43초로 우승을 차지해 한국인으로서는 역대 3번째 우승이 됐죠.뛰기 좋은 계절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가볍게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손기정, 서윤복, 함기용, 이봉주....그들을 생각하면서요. 보스톤 마라톤 테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과 다치신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itbri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온라인뉴스본부 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itbria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