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결정구는 슬라이더."류현진(26ㆍ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서 2승째를 수확하면서 점점 진화하는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직구와 서클체인지업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도약을 위해서는 또 다른 구종이 필요했다. 바로 슬라이더다. 직구보다 구속은 시속 10km가량 느리지만 투수의 팔 스윙 방향으로 횡과 종으로 다양하게 변하는 구종이다. 류현진에게 낯선 무기는 아니다. 고교시절 부지런히 연마했지만 국내 리그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슬라이더를 다시 꺼내든 건 2011년부터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전체 투구의 15%가량을 새 무기로 채웠다. 한편으론 국내에서 슬라이더를 잘 던지기로 소문난 송은범(29ㆍSK 와이번스) 등에게 그립을 전수받았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전인 3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슬라이더를 단 한 개도 던지지 않았다. 그러나 첫 승을 거둔 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선 총 101개의 공 가운데 16개를 던졌다. 직구(49개), 서클체인지업(28개)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이었다. 슬라이더는 왼손타자를 상대로 위력을 발휘했다. 4회 제프 로크와 7회 페드로 알바레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는데 모두 대각선으로 바깥에 떨어졌다. 앞서 시속 130㎞대 중후반으로 속도가 비슷한 서클체인지업이 몸 쪽으로 떨어지는 걸 경험한 타자들은 다른 움직임에 적잖게 당혹스러워했다. 자신감을 얻은 류현진은 1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스백스전에서 또 한 번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택했다. 총 107개의 공 가운데 14개를 던졌다. 이번에도 직구(51개), 서클체인지업(31개)에 이어 비중은 세 번째로 높았다. 서드피치는 애리조나 강타선의 눈을 효과적으로 괴롭혔다. 탈삼진 9개 가운데 4개를 슬라이더로 솎아냈다. 일반적으로 왼손투수의 슬라이더는 바깥쪽 공략을 위해 쓰인다. 류현진은 공식을 지키면서 때때로 역공격을 감행했다. 오른손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를 던져 몸 쪽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고 바깥쪽 서클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그 덕에 6개의 안타를 맞고도 6이닝을 3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시즌 2승째이자 한ㆍ미 통산 100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경기 뒤 돈 매팅리 감독은 "서클체인지업도 좋았지만 슬라이더가 무척 돋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도 "간간이 던진 슬라이더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데 주효했다"라고 평했다. 만족감을 나타낸 건 류현진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슬라이더의 각과 스피드가 무척 좋아졌다"며 "앞으로는 오른손타자를 상대로도 많이 던지겠다"라고 했다. 숨겨뒀던 발톱의 위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류현진. '괴물'의 진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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