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럼]뇌과학 투자, 국민건강 증진의 필수조건

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1990년 미국은 'Decade of the Brain(뇌연구의 10년)'이란 법안을 공포했다. 이것은 뇌연구가 21세기 과학기술분야 최후의 프론티어임을 선언한 기념비적 사건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가 뇌연구에 국가적 차원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21세기 뇌기능프론티어 사업단을 이끌어 오면서 우리나라 뇌 연구의 수준을 높이는 한편 우리나라의 뇌연구는 과연 어떠한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해 왔다. 최근 알렌뇌과학연구소(Allen Institute for Brain Science)의 현황과 운영철학을 접하면서 우리의 뇌과학 현실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봤다.마침 '한국뇌연구원'도 지난해 가을에 출범했다.  알렌뇌과학연구소는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로 현재는 자선사업가로 활동 중인 폴 알렌이 2003년 3억달러의 기부금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연구소다. 미국 시애틀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사립연구소로 인간의 뇌 작동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생쥐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담아 2006년 생쥐뇌지도(Mouse Brain Atlas)를 작성한 것을 인터넷을 통해 개방,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뇌지도(Human Brain Atlas)까지 완성해 인터넷에 공개했다. 세계 70여개국 신경과학자, 의학자, 생명공학자, 대학원생 등 매달 5만명이 접속하여 자료를 이용할 정도로 뇌과학에 대한 기여가 상당하다.  200여명의 연구자로 구성된 크지 않은 연구소이지만 연구인력의 구성은 흥미롭다. 뇌과학자는 물론이고 생물정보학자, 정보과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일종의 생명과학과 기술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기업체 연구개발(R&D)의 형태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알렌뇌과학연구소의 생쥐뇌지도(Mouse Brain Atlas)에 들어간 연구비는 얼마일까? 4000만달러(약 450억원)라고 한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우리나라 R&D 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도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뇌과학은 어디쯤 있을까. 선도적인 뇌과학자들이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이정표적인 연구업적을 내고 있으나, 선진국과 같이 연구인력과 역량이 두텁지 못한 것 또한 현실이다. 인프라 구축과 기초 원천 연구역량이 절실하다. 다행히 뇌연구는 아직 다른 분야에 비하면 태동하는 분야이다. 뇌연구의 주요 이슈인 신경세포의 발생과 분화, 소우주와 같은 두뇌의 작동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져 있다. 따라서 창의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접근한다면 얼마든지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뇌연구는 기초과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뇌질환 예방과 치료제 개발은 물론 공학적 이용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가치도 크다. 뇌연구의 활성화에 대한 사회적인 수요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한국은 전 국민이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의 상태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왕따와 중독문제, 고령화로 인한 치매와 같은 신경질환의 급증 등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은 상당하다. 스트레스와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등 뇌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연령불문하고 해당될 수 있어 뇌연구에 대한 투자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필수적이다.  뇌과학을 획기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투자, 뇌연구 전문인력의 양성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알렌뇌과학연구소의 경영철학에서 본 것과 같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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