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감독, 말없이 코트만 응시했다

[고양=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전광판 시계가 흘러가는 동안 강동희 동부 감독은 침묵했다.지난 6일 고양 오리온스와 원주 동부의 정규리그 경기가 열린 고양실내체육관. 리그 5위-6위 팀의 맞대결이었다. 으레 6강 플레이오프 행을 향한 치열한 경쟁을 기대할만 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날 관중은 올 시즌 오리온스 홈경기 최소인 1921명. 코트는 시종일관 어두운 기운에 짓눌렸다. 최근 불거진 강동희 감독의 승부조작 파문 탓이 컸다.강 감독은 이날 사건이 불거진 이래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동부 선수들은 경기 시작 한 시간여 전부터 코트로 나와 몸을 풀었다. 사령탑의 지휘는 없었다. 선수들끼리 알아서 연습을 진행했다. 그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무거웠다. 웃음소리 한 번 듣기 어려울 정도였다.수장들은 통상 경기 시작 30여분 전 취재진과 대화를 나눈다. 강 감독은 여기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불편한 대화가 오갈 수밖에 없었던 까닭. 이와 관련해 한국농구연맹(KBL) 관계자는 "경기 전은 물론 경기 후 인터뷰도 사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 감독은 대신 경기 시작 20여분 전 별도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모든 인터뷰를 거절할 경우 생길 볼썽사나운 광경을 우려해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나타난 그는 정장 차림이었다. 얼굴은 착잡해 보였다. 며칠 사이 몰라보게 핼쑥해져 더욱 그랬다. 구단 관계자는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다. 오늘도 잠을 한숨도 못 잔 상태에서 경기장에 왔다"라고 귀띔했다. 의자에 앉은 강 감독을 향해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어진 1분가량의 침묵. 그는 무겁게 입술을 뗐다. "공인으로서 이런 물의를 일으켜 죄송히 생각한다. 많은 팬들과 농구인들께도 죄송하다. 모든 언론에 보도된 부분들에 대해선 검찰에 출두해 정확히 소명한 뒤 명백히 밝히겠다."그렇게 세 마디만을 남긴 채 강 감독은 회견장을 떠났다.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은 정중히 사양했다.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남기고 싶지 않은 듯했다. 강 감독은 경기 시작 직전에야 코트에 나타났다. 경기는 거의 일어선 채로 관찰했다. 하지만 목소리를 높여가며 열정적으로 지휘하던 평소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담담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경기를 성의 없게 치르진 않았다. 승부처마다 선수들을 불러들이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다만 침착한 어조로 몇 마디 건넨 것이 전부였다. 동부 선수들은 매번 상대팀보다 먼저 코트로 돌아왔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좋은 결과로 연결될 리 없었다. 동부는 전반을 35-36으로 마친 이후 한 차례도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결국 20점 차 대패(68-88)를 당하며 리그 7위로 떨어졌다. 경기가 끝난 뒤 강 감독은 예정대로 인터뷰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7일 오전 의정부지검에 출두,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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