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영화]꿈을 향한 돌직구, 청춘의 역전드라마 '굿바이 홈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고교 야구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H2'에나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도 엄연히 고교 야구는 시즌마다 찾아오고 있고, 프로구단 입단을 꿈꾸는 고교 선수들은 차고 넘친다. 매년 배출되는 수많은 졸업생 가운데 프로 세계에 진출한 인원은 10% 남짓. 이 냉혹한 현실을 알면서도 '야구'를 끊을 수 없는 이 10대의 학생들은 어떻게 될까. 다큐 영화 '굿바이 홈런'은 강원도 원주고등학교 야구부의 일거수일투족을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년간의 시간을 담아냈다. '야구의 변방' 강원도, 그 중에서도 고교 리그 만년 꼴찌팀인 '원주고' 야구부원들의 도전기인데, 보다 보면 그들의 1승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코끝이 괜히 시큰해지는 장면도 있다. 이 혈기왕성한 10대의 선수들은 운동복만 입고 덩치만 컸지 하는 짓은 영락없는 아이들이다. 군것질도 마음껏 하고 싶고, PC방에서 밤새 게임도 하고 싶고, 소녀시대 '윤아'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들이 하는 일이라곤 그저 야구, 야구뿐이다. 수업시간에도 자주 빠져서 반 친구들과도 서먹하다.
한 친구는 "교복 입어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고, 또 한 친구는 "저렇게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해야 한다니 차라리 야구하길 잘했다"고 말한다. 공을 치러 해가 진 운동장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아이들 뒤로 교실 안 형광등 불빛 아래서 책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잡힌다. 친구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의 꿈은 제2의 김광현, 제2의 홍성흔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이들이 가는 곳엔 언제나 패배뿐이다. 남몰래 숨죽이며 우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이도 없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팀, 혹자는 '말도 안되는 야구를 한다'고 비난했던 원주고 야구부는 다시 의기투합해 마지막 시합에 도전한다. 이들은 과연 빛나는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만약 영화였다면 이들에게 드라마틱한 역전만루홈런을 선사했을 텐데 말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는 2010년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뮤지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그게 야구였든, 음악이었든, 공부였든, 그 무엇인가가 자신의 전부인줄 알고 달려가던 시절. 불안하지만 그 두려움마저 버텨내고 마지막 돌직구를 날리는 이들의 모습은 풋풋하면서도 뭔가 애틋함을 자아낸다. 영화에서는 이들의 현재 모습도 후일담으로 남겨놓는데,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고교야구의 꿈을 실현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굿바이 홈런'은 스포츠 다큐 영화이자 아이들의 성장영화이면서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작품이다. (현재 상영 중)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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