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글로벌 혁신기업의 7가지 '성공하는 습관'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최근 대다수의 기업들이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조직 전반에 혁신의 옷을 입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실함이 묻어있는 말이다. 컨설팅 회사 PWC가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조사(2010) 결과에 따르면, 80%가 '기업의 생존이 혁신의 성패에 의해 결정된다'고 답할 정도다. 글로벌 혁신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혁신 기업의 일하는 방식 7'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혁신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포브스, 비즈니스 위크, 부즈앤컴퍼니(Booz&Co.) 등이 매년 발표하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 명단을 보면, 이들 기업은 탁월한 수준의 제품·서비스 출시 역량을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혁신 지향적으로 짰다. 특히 혁신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고 알려진 애플, 구글, 인텔 등이 추구하는 혁신에는 몇 가지 특성이 나타난다. 집중, 제거, 실행, 결정, 주도, 발현, 연결 등 7가지다. ▲집중= 일을 오랫동안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혁신기업은 일의 방향을 설정할 때 초점을 명확히 하고 집중한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하지 않아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은 할 일을 결정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잡스가 경영진들에게 향후 애플이 해야 할 일 10개 리스트를 선정해보라고 지시한 일화가 유명하다. 경영진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10가지를 선정하자 잡스는 리스트 맨 아래에서부터 7개를 지우면서 "우리는 위에서부터 딱 3개, 그것만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제거= 혁신은 구성원들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상당수의 구성원들은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곤 한다. 반면 글로벌 혁신기업은 구성원들이 혁신을 위한 가치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의, 보고 관련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0년대 중반을 전후해 구성원들이 회의 참석과 보고서 작성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 업무수행상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이에 스티브 발머 CEO는 '스탠드업'(Stand Up) 미팅을 추진했다. 회의 참석자들이 선 채로 회의를 진행하며 15분 이내 끝내는 식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 오늘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일하는 데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등 세가지 질문에 신속히 답변한다. 만약 심층 논의가 필요한 이슈가 나올 경우 화이트보드에 기록해 별도 논의를 진행한다. ▲실행= 글로벌 혁신기업은 '일은 이뤄져야 한다'는 방침을 철저히 실행한다. 인텔은 일을 하면서 학습하고 개선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분석하고 점검하느라 실행이 지체되지 않도록 한 것. 인텔이 2000년대 초반 테라헤르츠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던 당시, 최고 경영진들이 프로젝트 진행 경과를 일일이 보고받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를 거부했다. 다만 분기 단위의 연구원 미팅을 통해 연구원들이 기술적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도록 지도하고 인력을 추가 지원하는 역할만 맡았다. ▲결정= 분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회의방식도 변하고 있다. 2011년 구글의 공동창업자가 래리 페이지가 CEO로 복귀한 후 처음 내놓은 조직 혁신 카드는 회의방식 개혁이었다. 구글이 창업 당시와 달리 신속함과 민첩성이 약화된 거대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페이지가 추구한 회의 개혁의 원칙은 '모든 회의에는 한 명의 명확한 의사결정권자가 있어야 한다', '의사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작정 사람들이 모이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회의에는 반드시 10명 미만의 사람만 참석시켜라', '회의 참석자는 반드시 발언해야 한다' 등이다. 이런 노력은 '경영진 불펜'으로도 이어졌다. 구성원들이 일하는 도중 부딪히는 장애요인을 직접 듣고 즉석에서 해결해주기 위해 주요 경영진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구글은 본사 빌딩에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주요 경영진들이 시간을 할애해 불펜 투수처럼 대기했다. ▲주도= 글로벌 혁신기업은 아이디어 제안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구성원이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3M은 연구원들이 자기 시간의 15%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신상품·신기술을 연구하는데 쓰게 허용했다. 또 구성원이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른바 '제너시스 그랜트'(Genesis Grant)제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한 구성원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프로젝트로 진행할 수 있도록 최대 10만 달러 내에서 일정 금액의 펀드를 제공해준다. 그동안 스카치 팝업 테이프, 3M 바퀴티(Vikuiti), 다층 광학 필름 기술 등이 이를 통해 탄생했다. ▲발현= 구글은 구성원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공유되는 통로를 운영중이다. 구글 아이디어(Google Idea)라는 사내 인트라넷으로, 구성원들은 신상품 또는 기존 상품 개선 아이디어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올리고 동료들은 아이디어의 실용성에 대한 의견을 단다. 게시된 아이디어는 경영진과의 주간 미팅 등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다. 아마존에는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는 수상 제도가 있다. 상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한 구성원에게 주는 상이다. 이런 '무모한 도전'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한 구성원도 상을 받을 수 있다. 구성원들이 조직의 위계질서에 위축되지 않고 아이디어를 과감히 제안하고 도전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연결= 글로벌 혁신기업의 다양한 구성원들은 온·오프라인상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의 질을 높이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픽사의 CEO로 재직할 당시, 구성원들이 오가며 대화하는 것이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본사 중앙에 아트리움(Atrium)이라는 건물을 배치해 모든 구성원들이 지나가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많은 구성원들이 아트리움에 자주 찾아오도록 화장실, 회의실, 커피숍, 기념품 가게 등을 아트리움에 배치했다. 최병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혁신기업들은 우수한 기술, 자원,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조직이 지향하는 혁신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일하는 방식이 혁신에 걸맞게 이루어질 때 기업의 혁신 역량도 키울 수 있고 구성원의 혁신에 대한 몰입과 열정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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