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장르와 비슷해 추억 데자뷔소셜 재미 더한 앱게임 인기'오리지널리티' 고의성이 저작권 이슈 쟁점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짤짤짤랑짤랑' 지하철이나 버스, 심지어 공중 화장실에서 요즘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스마트폰 액정을 손가락 하나로 까닥까닥하며 동전을 먹을 때마다 나는 소리다. 스마트폰 게임 '윈드러너'를 즐기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 동시 출시된 지 이틀 만에 국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무료 앱 1위에 오르고, 서비스 12일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역대 최단 다운로드 기록도 세웠다. '더 멀리 달리기'라는 단순한 컨셉의 이 게임을 경험해 본 사람은 90년대 빅히트 게임 '슈퍼마리오'를 연상한다. 달리고 밟고 부수고 피하고 무적거인으로 변신까지. 원리가 슈퍼마리오와 닮아서다. 몬스터(버섯)를 제거하는 거인 아이템이나 낭떨어지 사이를 점프하는 등 캐릭터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큼직한 눈동자의 깜찍한 캐릭터 '클로이'와 멜빵바지에 콧수염이 난 이탈리아 배관공 '슈퍼마리오'의 생김새부터가 제각각이다. 게임의 방향성·진행방법·그래픽 모두 다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윈드러너는 레벨이나 아이템 등을 추가해 재미 요소는 높였고 게임성은 단순화했다. 그럼에도 사용자들이 윈드러너에서 슈퍼마리오가 데자뷔되는 것은 왜일까. 두 게임의 장르(종류)는 횡스크롤 액션 점프류다. 쉽게 말해 화면이 가로로 진행되는 점프 액션성 게임이라는 의미다. 로맨틱, 공포스릴러, 에로스, 드라마 등 영화의 장르가 나뉘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장르가 같다고 같은 영화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우주가 나오고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를 스타워즈 아류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군인이 나와서 적을 무찌르는 영화를 람보를 복고한 영화라고 비난할 수 없다. 어린시절 오락실에 즐기던 이용자들이 데자뷔를 느끼게 하는 것들도 대전ㆍ슈팅ㆍ스포츠ㆍ퍼즐이라는 장르적 공통점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복고 게임은 없다. 단지 장르가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들의 원류를 찾아보면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박게임들을 닮아 있다. 다만 게임성은 단순해지고 재미 요소는 다양해졌다. 1인개발자로 유명한 김광삼 교수는 "게임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게임사들이 흥행이 보증된 게임으로 추억팔이에 나선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이는 장르라는 문화 고유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게임으로 등극 스마트폰 게임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애니팡'은 퍼즐게임의 원조인 '비주얼드'를, '드래곤플라이트'는 추억의 오락실 게임인 비행저격게임 '갤러그'와 원류가 같다. 갤러그는 80년대 한국 오락실을 주름잡았던 최고 인기게임이다. 드래곤플라이트는 갤러그와 유사한 원리를 적용하되 다양한 아이템과 소셜 요소를 집어넣었다. 특히 카카오톡을 통해 출시돼 인기 반열에 오른 게임들이 이같은 게임이 많았다. 예외도 있다. 이달 중 출시를 앞둔 '다마고치 라이프'는 육성게임의 원형인 '다마고치'를 복고한 것이다. 개발사가 일본 비디오게임 제조업체 반다이로 동일하다. 지적재산권(IP)를 가진 회사에서 재창조에 나서면서 표절 논란은 피하게됐다. 표절시비는 최근 스마트폰 게임사에 가장 큰 경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플랫폼 변화에 맞춰 게임성은 변화했지만 게임 자체가 낯선 비(非)이용층에게 같은 장르의 게임을 '표절 게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관련 소송이 줄을 잇는 것은 법적인 보호 장치가 부재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게임 지적재산권(IP)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다"며 "어떤 산업이든 초기 시장은 모방이 혁신을 촉발해왔는데 그때마다 인기작을 표절 대상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게임 비이용층이던 청장년층 이용자의 유입이 늘어난 것이 이같은 시비가 발생한 주요 원인이다. 취직·결혼·직장생활 등으로 바빴던 397세대(30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들이 여유가 생기자 저렴한 게임을 통해 옛 추억을 되살리는 문화활동을 늘리고 있다. 게임에 대한 경험이 없던 이들은 비쥬얼이나 방식이 유사한 게임에 문제를 제기한다. 전 연령층으로 게임 인구 확대가 한 몫했다. 스마트폰 3700만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한 점도 또 다른 원인이다. 스마트폰 빅뱅과 오픈마켓 등장으로 게임이 많아지고 장르도 세분화됐다. 오락실이나 PC앞이라는 특정 공간이 아니라 내 손안에 기기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다. 빠른 트렌드 변화로 스마트폰 사업 모델이 오랜 기획기간과 비용 투자가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제기의 근거가 된다. 최소 300억원에 개발기간 3~7년이 걸리는 온라인게임과 달리 스마트폰 게임은 '프리미엄'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약 3개월 정도의 수명주기를 가진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시간과 비용 투자를 늘리면 트렌드를 놓치기 일쑤다. 결국 게임사 입장에서 시장성과 흥행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히트 장르를 찾게 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영화 드라마 패션 등 다른 복고 사업들과 달리 트렌드에 맞춰 수시로 업데이트가 필요한 콘텐츠"라며 "스토리와 기획 요소가 중시되는 콘텐츠 속성 상 게임성이나 흥행성을 검증받은 과거 히트장르를 일차적으로 검토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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