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비정상 부동산시장' 어떻길래.. 이사업계 '죽음..'

현장 직접 찾아보니 "매년 40% 매출 줄어, 봄 성수기 기대 안해"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가 나란히 부동산시장에 대해 '비정상적'이라는 표현을 쓰며 활성화 대책을 예고하고 있다. 매매거래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은 통계상으로도 금세 알 수 있지만 현장에 나가보면 보다 피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수도권 주요 현장에서는 매매수요는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고, 전세를 찾은 수요만 늘어나며 전세금 앙등을 부르고 있다. 시장에 일정한 시그널을 줄 때 더이상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시장의 극심한 침체가 인테리어와 이사업계 등 연관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며 내수침체를 부른다. 곳곳의 부동산 시장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2월 이사철이지만 부동산 불황 등으로 이사업계 매출이 악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강동구의 한 이사업체 모습.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아무래도 부동산경기가 불황이니 연관 업종인 이사업체들도 어려울 수밖에 없죠. 개인적으로 아는 이사업체 대표도 힘들다고 하네요."(강동구 H공인중개소 관계자)길어진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관련 업종인 이사 업계까지 울상을 짓고 있다. 불황이라 매출이 줄었던 작년보다도 올해 수익이 더 형편없다.2월은 이사업계가 제일 바쁜 때다. 봄 이사철이라 움직임이 가장 많아서다. 그러나 지난 16일 서울 강동권 일대 영세 이사업체 사무실 인근에는 운행을 하지 않고 주차만 해둔 이사트럭과 사다리차가 눈에 띄었다.강동구 M공인 관계자는 "불경기라 이사비용도 부담을 느끼는지 집을 안사고 이사 자체를 잘 가지 않는 추세"라며 "이에 부동산뿐 아니라 포장이사, 인테리어 등의 관련 업종에 있는 사람들도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인근 H공인 관계자는 "이사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자기 차량을 소유한 채 가정집 등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알음알음으로 운영하는 영세업자들이 많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때문에 특히나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2월 이사철 성수기지만 일감이 없는 탓에 주차장에 있는 이사차량 모습.

실제 이사업계가 체감하는 매출 감소는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 I이사업체 대표는 "IMF 때나 금융위기 때는 이동이 오히려 많았다"며 "작년에도 불황이라 당시의 40% 수준으로 매출이 줄었는데 올해는 더 나빠져 작년의 4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달 마지막 날과 9ㆍ19ㆍ29ㆍ10ㆍ20ㆍ30일에만 손 없는 날이라 일이 몰리고 나머지에는 한산하다"고 했다.치열해진 이사업체끼리의 경쟁 탓에 이사비용은 당시보다 낮아졌다. I이사업체 대표는 "10년 전에 5t트럭 한 대면 이사비용이 80~9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당시보다 서비스가 좋은데도 50~60만원밖에 못 받는다"면서 "인건비와 기름값, 점심비용, 인터넷ㆍ신문 광고비 등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아내와 사장인 나도 인건비를 덜기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람만 있으면 일 할 수 있는 일종의 '막노동'이 이사업계라 사업 망하고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사람들이 집이나 사무실을 줄이면서 벌이가 안 좋아진 영향도 있다. 그는 "열에 아홉은 평수를 줄여서 이사해 옮길 물건도 줄어들어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이사한 경우를 보면 하남에서 삼척으로, 인천에서 부산으로 이동해 사람들이 서울ㆍ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사무실은 서울 본사를 없애고 지방 공장에 있는 사무실과 통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월 이사철 성수기지만 일감이 줄어든 탓에 주차만 돼 있는 사다리차량 모습.

사다리차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사업체들은 사다리차까지 보유할 재무적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사다리차를 부르고 있다. 전국 사다리차 협회 관계자는 "2월이 이사철이라 가장 많이 바쁠 때인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면서 "재작년 하반기부터 안 좋아지더니 점점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보통 자영업자들이 사다리차를 살 때 대출을 받는데 최근 할부를 못 갚아서 파산하는 경우가 몇 건 생겼다"며 "수도권에서 이익을 남기지 못하자 광주 쪽으로 내려와 영업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한편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2년 10월 말 기준 전국 이사화물주선업체는 2008년 5503개보다 감소한 4785개다. 이사업체의 절반가량이 무허가라는 정보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1만여개에 달하는 업체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박미주 기자 beyon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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