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골프장에 '콜-업 홀'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여기는 콜-업 홀(Call-Up Hole)입니다."뉴질랜드 오클랜드골프장에서 함께 라운드를 하던 친구가 긴 파3의 11번홀 옆에 있는 이 안내판을 보고 의아해 했다. 한국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골프용어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한 골프장 회원수칙에는 "파3홀에서는 경기보조원의 안내에 따라 뒤 팀에게 사인을 주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바로 이런 의미다. 국내에서는 통상 "뒷 조에게 사인을 주자, (우리도) 앞 조의 사인을 받았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골프용어다. 야구에서 감독이 경기 중 결정적인 순간 선수에게 보내는 지시를 '사인'이라고 일컫던 데서 유래했고, 골프에 유입됐다. 친구가 뉴질랜드의 안내 간판을 보고 단박에 이해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18홀을 라운드하다 보면 병목현상이 생기는 홀이 꼭 있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슬로플레이와 예약 인원이 너무 많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러한 체증을 해소하고 빠른 진행을 유도하기 위해 등장한 게 '콜-업 홀'이다.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나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주로 '콜-업 홀'을 운영한다. 축약해서 '콜 홀'이라고도 부른다. 미국에서는 콜 홀 안내판을 본 적이 없다. 골프장 수가 워낙 많은 데다 티타임 간격도 보통 10분 정도로 여유가 있어 밀릴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워낙 붐비는 뉴욕의 퍼블릭에는 다만 골퍼들끼리 '웨이브(wave)'를 주고받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콜-업 홀에서는 그린플레이를 하기 전 뒷 조에게 손을 흔들거나 티 샷을 하도록 신호를 줘야 한다. 그 신호가 '웨이브'다. 웨이브는 '손을 흔들어 신호를 주다(wave one's hand to another)'는 의미다. 혹자는 '당분간 미루다'라는 의미가 있는 '웨이브(waive)'라는 주장도 하는데 'wave'가 맞다. 영어로 'call somebody up'은 '경기에 출전시키다'는 뜻이 있다. 당장 오늘부터는 '사인' 대신 '웨이브'라는 표현으로 바꿔 사용하자. 콜-업 홀에서는 안전하게 그린 밖 멀리서 대기해야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면서….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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