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반등할 듯 했던 시장이 또다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는 주간 기준으로 2.07% 하락하며 3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환율과 뱅가드 변수 등으로 IT·자동차 등 그간 시장을 이끌어왔던 업종들이 주도주의 지위에서 물러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약세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급 면에서는 외국인의 강도 높은 '팔자'세가 지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28일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서서히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방향을 전환하는 속도와 규모에 유의하면서 낙폭과대 IT·자동차주로 대응할지 의료, 소비자서비스, 은행 등 방어주로 대응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국내증시는 대외 호·악재 보다는 외국인 수급 공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뱅가드사의 벤치마크 변경과 일본증시 부각 등으로 외국인 투자가 국내증시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1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11억2000만달러(25일 기준)를 순매도한 반면 일본증시에서는 68억3000만달러(18일 기준) 순매수를 기록했다.1월 이후 국내와 일본증시에서 대표적인 IT와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기아차와 현대차는 각각 12%, 8%가 하락한 반면 혼다와 도요타는 9%, 8% 상승했다. LG 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는 각각 10%, 7% 내렸지만, 소니와 교세라는 35%, 6% 올랐다. 주요 수출 상품에서 경쟁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강력한 양적완화정책(엔화약세 유도)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기업들의 투자매력이 낮아졌고, 이같은 현상이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조정 및 변화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한다.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되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 국내증시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8.2~8.3배 수준으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7.9~8.0배)에 근접해 있어 추가적인 가격 조정 리스크도 상당히 낮다. 따라서 이번주 국내증시는 가파르게 진행된 엔화약세 진정, 외국인 매도 공세 완화, 글로벌 금융시장 위험 수준 안정, 경기 모멘텀 강화 등을 바탕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기계, 자동차 등에 관심을 가져볼만하겠다. ◆강봉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 지난 주 한국 관련 외국인 펀드로 61억달러가 순유입되며 20주째 자금 유입이 나타났다. 유입 규모는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과거 평균 유입 규모를 상회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펀드 자산 대비 유입 규모 측면에서, 선진국보다 신흥국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됐으며 글로벌 위험 자산 선호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인 매수 여력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신흥국 중심의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주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매도로 증시가 하락세를 지속했으며, 환율 및 뱅가드 관련 우려, 부진한 지난해 4·4분기 기업실적으로 외국인이 경기 민감주 중심의 매도세를 기록했다. 코스피 하락 지속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지난 주 35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코스피 추가 하락시 자금 유입으로 전환되며 국내 기관 수급 개선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주 외국인이 증시 전반적인 매도세를 확대하며, IT,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경기 민감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국내 기관은 통신, 유틸리티, 금융주 등 내수주를 매수하며 경기 방어주 수익률 강세를 견인했다. 업종별 수급으로는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추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대비해 외국인 및 기관 매수세가 유지되며 환율 및 이익전망치 추가하락에서 방어적인 의료, 소비자서비스, 은행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이대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지난주 코스피는 2% 넘게 하락하며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투자자는 2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코스피 약세를 주도했고 지난주에만 1조566억원을 순매도했다. 아시아 7개국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대만에서만 외국인이 순매도 했고, 올해 연간 단위로도 한국과 대만 만이 외국인 순매도 국가다. 각 국가별 지수 기준으로 살펴봐도 올해 지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대만뿐이다.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으로 한국의 30.44%, 대만의 45.41%가 IT섹터다. 한국과 대만이 외국인에게 소외되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IT섹터 비중 축소의 영향일 수도 있다. 한국과 대만의 IT섹터 비중이 이머징 대비 줄어들고 있고 이머징 지수, 선진국 지수, 선진국·이머징 지수 모두에서 IT섹터는 비중 축소가 진행 중이다.한국 시장에서 외국인이 반도체 업종을 최근 4주 동안 강하게 매도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세가 한동안 이어진다면 글로벌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 한국과 대만이 소외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다. 글로벌 IT섹터의 비중 추이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주목해야 할 때다. 김유리 기자 yr6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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