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시내 한복판에서 요트를 타고 30분을 달리면 골프장이 나타난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날씨가 며칠 풀리는가 했더니 또 다시 지독한 한파다.'골프광(狂)'들에게 유난히 추위와 폭설이 잦은 이번 겨울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예년에 비해 해외투어가 늘고 있는 까닭이다. 통상 중국을 비롯해 태국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가 주요 여행지다. 하지만 이제는 '외유'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물가 상승으로 국내 골프장 보다 오히려 그린피가 비싼 곳이 많다. 태국과 필리핀은 번잡하고, 식상하다. <골프三매경>이 그래서 경제적이면서도 쾌적함을 곁들인 베트남으로 길을 잡았다.▲ "요트타고 골프치러"= 바로 베트남 남부 호치민에 자리 잡은 태광 정산골프장(파72ㆍ7295야드)이다. 국내 기업인 태광실업이 2007년부터 공들여 준비해 지난해 7월 정식 개장했다. 당연히 골프장이 전부는 아니다. 향후 콘도와 주거단지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다양한 부대시설을 접목해 종합리조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투어의 시작이 요트라는 것부터 독특하다. 호치민 시내 한복판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의 선착장에서 요트를 타고, 다시 30분을 달리면 골프장이 나타난다.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를 요트를 통해 3분의 1로 단축시켰다. 현재 보트를 임대해 운영하고 있지만 3월이면 최신식 요트가 인도된다. 그야말로 오가는 시간까지 사이공강을 유람하는 관광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안양베네스트 지배인을 역임한 이현종 대표가 운영을 맡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 유명한 안양의 고객감동서비스를 베트남에서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는 이유다. 자매골프장인 경남 김해 정산까지 양쪽 모두 선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캐디 교육부터 남다르다. 기본적인 한국어 교육을 통해 전혀 불편함이 없다. 1인1캐디제, 캐디팁은 18홀에 10달러다.
로널드 W. 프림이 설계한 스코틀랜드 스타일의 베트남 태광 정산골프장.
▲ "난코스를 공략하라"= 골프코스는 약 22만평의 부지에 18홀 규모다. 미국의 유명한 코스설계가 로널드 W. 프림의 작품이다. "경이로운 섬이라는 특수 상황에 맞춰 수려한 경관을 최대한 살리면서 골퍼와 함께 숨 쉬는 공간을 연출했다"며 "넓은 페어웨이에서 느끼는 호쾌함과 다양한 벙커를 피하는 정교함이 맞물리는 코스"라는 자랑이다. 요약하면 스코틀랜드 스타일이다.선코스(파36ㆍ3558야드)와 문코스(파36ㆍ3737야드) 등으로 구분됐다. 전체적으로 굴곡이 적어 마음껏 드라이브 샷을 날릴 수 있다. 선코스가 상대적으로 쉽다. 문코스는 그러나 비거리와 더불어 아이언 샷의 정확도, 퍼팅까지 '3박자'를 두루 조합해야 파를 지킬 수 있다. 마지막 9번홀(파5)이 승부처다. 티 샷은 턱이 높은 벙커를 넘겨야 하고, 두 번째 샷으로 크리크 앞에 정확하게 공을 갖다 놔야 '3온'이 가능하다.국내 골퍼들에게는 잔디가 남아프리카산 '파스팔름'이라는 게 주의사항이다. 제주도에서 만날 수 있는 버뮤다잔디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바닥에 낮게 깔려 강력한 다운블로 샷이 아니면 클럽이 잘 빠지지 않는다. 특히 어프로치 샷에서 뒤땅을 조심해야 한다. 그린은 빠르기를 가늠하는 게 급선무다. 잔디가 공을 잡아 오르막에서는 강하게 쳐야 하지만 내리막에서는 의외로 하염없이 굴러간다.
호치민 시내에서 물가가 싸기로 유명한 벤탄시장을 거쳐 통일궁등 대표적인 명소들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 "한국과 베트남의 별미를 모두"= 외국 음식이 입에 안 맞는 골퍼라도 음식 걱정은 필요 없다. 여느 외국의 코스와는 달리 웅장한 클럽하우스와 크고 작은 연회실이 기다리고 있다. 메뉴도 국내 골프장 이상으로 다채롭다. 소주와 막걸리도 있다. 9홀 라운드 직후에는 국내에서 공수한 신선한 식재료로 담근 김치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라면을 먹는 맛이 일품이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베트남 쌀국수는 시내 어디서든 3500원이면 즐길 수 있다. 치안이 나쁘지 않아 오토바이의 물결을 헤치고 이곳저곳 걸어 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선이 짧아 물가가 싸기로 유명한 벤탄시장을 거쳐 통일궁(예전의 대통령궁) 등 호치민의 대표적인 명소들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라운드의 피로는 마사지 숍이 책임진다. 1시간30분~2시간 정도에 15달러면 충분하다. 골프장 측은 2015년 호치민 롱탄국제공항이 들어설 때를 대비해 콘도미니엄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신공항이 골프장까지 20분이면 닿는 거리라는 게 매력적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은 소멸형 연간회원만 모집해 운영한다. 그린피 면제와 동반자 우대 등 각양각색의 혜택에 따라 위크데이에서 스페셜 등으로 나눠지고, 1년에 160만원에서 750만원까지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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