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호기자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귀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선우야, 공이 이쪽으로 왔으면 빨리 뛰어 올라와 줘야지!""패스는 강하고 빠르게 차야 받는 사람도 원터치로 바로 주지!""승준이는 오늘부터 방에서도 혼자 근육 운동 꼭 해라!"U-20(20세 이하) 대표팀의 동계 훈련이 한창인 8일 제주 서귀포 효돈구장. 이광종 감독과 김인수 코치의 발길은 분주했다. 1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13 국제축구연맹(FIFA) 터키 U-20 남자 월드컵. 지난해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올랐지만 세계무대는 차원이 다르다. 유럽, 남미 등 한 차원 높은 기량을 갖춘 팀들과 자웅을 겨뤄야 한다. 담금질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소집된 26명에서 문창진(포항), 김현(전북) 등의 프로 선수들은 모두 제외됐다. K리그 개막을 앞둔 데다 규정 외 소집인 까닭이다. 대신 U-19(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에 불참했던 대학 혹은 고교 선수들을 대거 선발됐다. 홍명보 감독이 올림픽을 앞두고 대학 선수들을 집중 선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1차 목표는 기존 멤버들과 경쟁할만한 숨은 보석 발굴. 나아가 개인 능력과 체력 향상을 통해 월드컵에서의 경쟁력을 키우려 한다.U-20 월드컵은 한국 축구와 깊은 인연이 있다. 1983년 멕시코 대회는 한국 축구 최초의 '4강 신화'와 '붉은 악마'란 애칭을 낳은 무대였다. 1991년 포르투갈 대회에선 남북단일팀이 출전,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낳았다. 2009년엔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이 8강에 올라 3년 뒤 올림픽 메달의 기틀을 마련했다.자연스레 주변의 시선은 또 하나의 '신화 창조'에 쏠린다. 현 대표팀은 이미 지난해 기적을 일궈냈다. 역대 최약체란 혹평을 딛고 아시아 무대를 제패했다. 주목받던 스타도, 그 흔한 유럽파도 없었지만 단합된 조직력과 팀 정신을 앞세워 아시아의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했다. 대회가 끝난 뒤 문창진 등은 스타로 떠올랐다. 호기도 부려볼만 하건만 이 감독은 신중하다. 그는 "아시아에선 조직력만으로 성과를 올렸지만, 월드컵에선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능력이 뛰어난 유럽과 남미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선수 개개인의 기량 향상이 절실하다"며 "이번 동계 훈련의 가장 큰 주안점"이라고 말했다.거창한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일단 예선 통과가 우선"이라며 "16강 토너먼트에만 오른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신화보단 미래를 꿈꾼다. 그는 "여기 있는 선수들은 지금보다 몇 년 후를 내다봐야 할 재목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유망주들과 겨루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데 엄청난 밑거름이 된다"며 "물론 성적도 중요하지만, 언론이나 팬들도 그런 점을 봐줬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경쟁은 시너지를 불러올 도구다. 이 감독은 "대학·고교 선수만이 모였지만 사실 프로 선수들과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성실하게 훈련에 임한 선수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그러다보면 팀도 강해지고, 새로운 스타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