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상속 '금녀의 벽' 깼다

박찬구 회장 차녀 박주형씨, 이례적인 月 20억 자사주 매입 행보…금호석화 홀로서기에 힘 보탤듯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금호가(家)에서 '남자에게만 상속한다'는 관례가 깨졌다. 금호가는 그동안 선대로부터 내려온 공동경영합의를 통해 '남자에게만 상속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남자 상속의 원칙을 깬 곳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이다. 박 회장의 차녀 박주형(35)씨가 금호석화 지분을 매입하면서 금호 68년 역사상 처음으로 지분을 보유한 오너가 여성이 됐다. 오너가 여성의 지분 보유를 허용하지 않은 선대 회장과 달리 평소 실력있는 여성 인재 등용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온 박 회장의 경영철학이 박씨 지분매입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10일 금호석화에 따르면 박 회장 차녀 박주형씨는 지난 8~10일 3거래일 동안 금호석화 지분 총 1만5223주를 매입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첫 지분 매입에 나선 박씨는 지난달 한달 동안에만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금호석화 지분 1만6500주를 사들였다. 지분 매입 대금은 모두 자기자금으로 한달 평균 매입 대금은 20억원 안팎이다. 박씨의 금호석화 지분매입은 금호가의 후계구도 원칙과 상반된 행보다. 고(故) 박인천 창업주는 '여러 사람이 관여할 경우 분란(紛亂)의 가능성이 있어 상속은 남자에게만 한다'는 후계구도 원칙을 세웠고, 금호가는 이 원칙을 지켜왔다. 이 밖에 금호가 공동경영합의 조항에는 ▲형제간 합의경영 형태의 회장 선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수결 ▲동수일 경우 손윗사람이 결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박씨와 달리 사촌지간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차녀 박세진씨는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타이어 등 계열회사 지분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는 각각 금호산업 지분 6.88%(1187만138주), 금호석화 지분 6.52%(218만3120주)를 보유,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호석화의 후계구도 원칙 변화가 회사의 독립경영에 큰 탄력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첫 지분 매입 시점이 채권단 자율협약 졸업 승인일(지난해 12월13일) 직후인 만큼, 향후 사업 성공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금호석화의 홀로서기에 오너 3세인 박주형씨가 힘을 보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씨의 경영참여설이 불거진 것도 이 같은 정황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박씨는 현재 한 종합상사 사업부에서 대리로 근무 중이며 아직까지 금호석화 입사 등에 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경영참여가 목적이긴 하지만 단순 지분 매입 수준으로, 이를 경영수업 전 과정으로 해석하는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찬구 회장이 공동경영합의 내용 중 '남자에게만 상속한다'는 조항에 대해 평소 다른 견해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여성 인재 등용을 강조해 온 박 회장의 경영신념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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