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가 무슨 상관?' 4대그룹 영파워 전진 배치

승진 규모 축소 불구 '발탁인사' 늘려내실 경영·성과 중심...역동적 체제 구축[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승진자 규모는 줄였다. 대신 발탁인사를 늘렸다. 연차와 관계없이 능력과 성과, 향후 성장잠재력을 보겠다는 것이다. 재계가 오너 2~3세 시대를 대비해 보다 젊고 역동적인 체제로 변모해나가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2013년도 정기임원 인사는 사상 최대규모였던 전년(465명) 보다 승진 규모를 18.5% 줄였다. 현대차 116명, 기아차 57명, 계열사 206명 등 당소 예상보다 축소된 총 379명이 승진했다. 이는 규모 보다 내실경영을 중시하는 그룹의 의지인 동시, 최근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글로벌 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대신 현대차그룹은 연차를 떠나 성과와 향후 성장잠재력 등을 바탕으로 한 발탁인사 비중을 높이는 카드를 내밀었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조직운영을 통해 글로벌 현대차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성장을 주도할 젊은 임원들의 발탁이 눈에 띈다. 올해 연차를 떠난 발탁인사는 48명으로 전년 38명 대비 26.3% 늘었다. 이사대우 승진자 비중 역시 36.4%로 138명에 달했다.이 같은 파격적인 발탁인사와 철저한 실적주의는 현대차에 앞서 발표한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삼성과 LG 또한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승진 규모를 줄였으나, 발탁인사에 있어서는 예외를 뒀다. 성과 있는 곳에 승진이 있다는 공식도 그대로 들어맞았다.삼성그룹은 전체 승진자 중 18.3%가 발탁 승진한 가운데 이 중 부사장 승진자가 전체의 31%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 54명에서 올해 74명으로 늘었고, 2년 이상 발탁자는 역대 최대인 17명에 달했다. 30대 승진자도 4명이나 포함됐다.도전을 통해 변화를 주도하고 시장을 선도해 낸 인재들을 과감히 등용하겠다는 삼성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체 승진규모는 500명 수준이었던 예년보다 줄었지만, 신임 승진은 역대 최대 규모인 335명으로 집계됐다. 연차는 부족하지만 역량을 가진 임원들을 적극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LG그룹 또한 신사업과 신시장에서 능력을 보인 임원들을 과감하게 승진시켰다. LG전자 최초 고졸 출신 사장인 조성진 사장의 승진은 엄격한 성과주의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LG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체 인사규모는 전년에 못 미쳤지만 상무로 새롭게 별을 단 임원들의 수는 같았다.엄격한 성과주의와 함께 떠오른 또 다른 대기업 인사트렌드는 여성 중용이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 시대를 앞두고 재계도 여성리더 발탁에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리 천장을 깨고 성과와 능력으로 증명해 낸 여성 임원들이 그 중심에 서있다.삼성은 여성 임원 승진자를 지난 2010년 7명에서 2011년 9명, 올해는 12명으로 늘렸다. 사상 최대다. 특히 삼성전자는 역대 두번째로 여성 부사장을 배출하는 등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1년부터 강조한 여성 인력 중용의 의지를 그대로 인사에 반영했다.현대차그룹 또한 올해 여성 임원 3명을 승진 발령하며 4년 연속 여성 임원을 배출해냈다. 2009년 첫 여성 임원 2명을 배출한 이후 2011년 5명, 올해 6명으로 숫자도 늘려가고 있다. 더욱이 기아차 최초의 여성 전무가 탄생하는 등 대표적 금녀산업으로 꼽혔던 자동차 부문에서도 여풍이 여실히 불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우리나라의 여성 고위직 임원 수는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미치지 못한다. 4대 그룹의 경우 삼성 33명으로 가장 많고 현대차는 6명, SK가 10명, LG가 16명에 머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3세 시대의 본격화를 앞두고 이들을 도울 인사를 전진 배치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주요 기업들이 팀장급 실무 책임 임원을 대폭 보강하고 발탁인사를 늘려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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