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손' 이운재 은퇴 '축구를 시작해 가장 행복했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축구를 시작해서 가장 행복했고, 선수로서 작별 인사를 전하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아쉽다."'거미손' 이운재가 20여 년간 정들었던 골키퍼 장갑을 벗었다. 이운재는 17일 서울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자리한 그는 "축구선수로서 한 길만 걸어온 가운데 마지막 헤어짐을 준비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라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또 다른 시작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운재는 청주상고와 경희대를 거쳐 1996년 수원 블루윙즈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했다. 13시즌 동안 한 팀에 몸담으며 K리그 4회 우승(1998년, 1999년, 2004년, 2008년)과 2002년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 정상 등 굵직한 영광을 함께했다. 이를 발판으로 2008년 골키퍼 사상 최초로 K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지난해 1월 전남 드래곤즈로 둥지를 옮긴 그는 두 시즌 동안 67경기를 소화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 9월 광주전에서는 개인통산 40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대표팀에서도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이운재는 1992년 경희대학교 1학년 재학 시절 바르셀로나 올림픽대표팀 상비군으로 태극마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4 미국 월드컵 당시 독일과의 조별예선 최종전에 교체 투입돼 상대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이름을 알렸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주전 골키퍼로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 당시 상대 네 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슛을 막아내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이후 2006 독일 월드컵에서 A매치 1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하며 한국 골키퍼 사상 최초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는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2007년 아시안컵 당시 불거진 음주 파문으로 1년간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운재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경험을 묻는 질문에 "'이운재'란 이름을 팬들에게 알릴 수 있어 축구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가장 행복했다"면서도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선수로서 은퇴를 선언하는 지금이 제일 아쉬운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은퇴 후 진로와 관련해 그는 "아직까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며 "축구로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반드시 운동장에 다시 서겠다"라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은퇴식에는 이운재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후배 정성룡(수원)이 참석해 대선배의 아름다운 퇴장을 격려했다. 김흥순 기자 sport@정재훈 사진기자 roz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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