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올해로 10회째를 맞은 홍명보 자선축구가 1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한국축구의 영웅들을 보려는 팬들로 2만 석 가까운 좌석은 모두 매진됐다. 고막이 울릴 정도의 함성이 경기장을 울렸다. 선수들의 멋진 몸놀림은 감탄을, 연예인 뺨치는 끼와 재치는 박장대소를 이끌어냈다. 참가한 선수도, 지켜보는 팬들도 즐거운 두 시간짜리 축제였다.홍명보 자선축구는 어느덧 국내축구팬들 사이에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홍명보 자선축구를 봐야 진짜 시즌이 끝난 것"이란 얘기가 있을 정도다. 젊은 선수들에게도 대회 참가는 일종의 로망이다. 오재석(강원)은 "어린 시절 고양시에서 열렸던 1회 경기를 직접 봤었다"라며 "나도 언젠간 저기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라고 털어놨었다. K리그 올스타전이 가야할 방향에 대한 힌트일 수 있다. 1991년 처음 개최된 올스타전은 지금까지 총 18차례 열렸지만, 일종의 애물단지였다. 짧은 역사에도 경기 방식이 수없이 바뀌었고, 개최를 거른 해도 적지 않았던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팬들의 관심은 점점 떨어졌고, 자연스레 선수들도 올스타전에 대한 열정을 잃어갔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벤트적 요소를 가져온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당장 올해 열렸던 'K리그 올스타 VS 2002올스타'을 비롯해 2008·2009년의 J리그 올스타와의 맞대결, 2010년 바르셀로나 초청 올스타전 등이 그랬다. 나름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그 성격상 연속성을 띄기도 쉽지 않다. 반면 홍명보 자선축구 방식은 해마다 일관되게 열릴 수 있는 방식이다. 일단 경기 자체보다는 팬들과 접점을 찾는 일종의 '팬미팅' 혹은 '팬서비스' 성격을 띠고 있다. 자선축구를 보러 오는 이들에겐 누가 이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평소 좋아했던 선수들을 한자리에서 보며 마음껏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게 좋을 뿐이다. 그렇기에 선수들도 참가하는데 부담이 없다. 지난해부터 실내 풋살로 경기 방식이 바뀌면서 이런 점은 더욱 강화됐다.
실내 경기장이란 장소 역시 '이벤트 매치'에 여러모로 적격인 장소다. 일단 계절을 타지 않는다. 추운 겨울은 물론이고, 무더위에서도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집중도도 높다. 실내경기장 특성상 다양한 조명 효과 활용뿐 아니라 장내 아나운서를 통한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 축구장보다 관중석과의 거리도 가까워 선수-팬 사이 상호작용을 늘릴 수 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좋아하는 선수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마음에 이보다 더 부합하는 조건은 없다. 이번이 세 번째 자선경기 참가였던 정인환(인천)도 "개인적으로 실내경기엔 이번에 처음 참석했는데, 춥지 않은데다 집중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선수들도 더욱 즐겼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올스타팀 구성을 현역 선수만으로 한정 지을 이유도 없다. 지금까지 홍명보 자선축구에는 평소 축구를 좋아하는 연예인 및 유명인이 다수 참가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실내 풋살로 경기 방식이 바뀌고, 이벤트 매치 특유의 유연한 분위기가 더해져 기존 일반 경기에 비해 선수-연예인 간 경기력 차이도 줄어들었다. 같은 이유에서 현역에서 물러난지 한참 된 감독들도 팔짱끼고 벤치에 앉을 필요가 없다. 올스타전에서도 같은 방식의 채택을 고민해볼만 하다. 초청 연예인을 특정 팀 혹은 선수 팬 자격으로 부른다면 또 다른 효과가 기대된다. 예를 들어 JYJ의 김준수가 수원 연예인 축구단 FC MEN 선수 자격으로 참가하거나, 이근호와 절친한 사이인 이수근이 입대한 그를 대신해 이근호 유니폼을 입고 올스타전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K리그에 관심이 적던 팬들과의 더 많은 접점으로 이어진다. 당장 그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오게 되고, 경기를 계기로 선수들과 친해진 연예인들은 또 다른 K리그 홍보대사가 된다. 나아가 예능 프로그램과도 연계로 간접적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K리그 올스타전도 '자선'의 의미를 정착시킨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 효과가 기대된다. 홍명보 재단 측은 이번 행사 수익금을 1억 5000만 원 내외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10년간 기부한 금액만도 20여억 원이다. 기금이 쓰인 곳도 대구지하철 참사, 천안 초등학교 화재, 소아암 어린이 돕기 등 다방면이다. 그저 즐기는 팬서비스로의 올스타전에 사회공헌의 의미까지 더하는 작업은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나아가 '여름은 올스타전, 겨울은 홍명보 자선축구'란 팬 사이 또 하나의 공식이 성립된다면 올스타전이 갖는 의미는 더욱 강화되고, 둘 사이 '윈-윈'도 가능해진다. K리그로선 한번쯤 검토해볼 만한 내용임에 충분한 셈이다.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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