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家, 상속內戰 비화…'수사중 드러난 차명유산 불씨'

이호진 전회장 회사 장악하자 누나 재훈씨 중심 결속…주식인도 청구소송 확대 가능성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태광그룹 오너일가의 상속다툼 논란은 2010년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서 비롯됐다. 그룹 경영권에서 배제됐던 이호진 전(前) 회장의 둘째 누나 재훈씨가 창업주인 이임용 선대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차명재산의 존재를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알았다며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큰 줄기다. 재계는 이번 상속소송을 오너일가 간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창업주로부터 이어진 가부장적인 가풍의 부작용과 주먹구구식 자금관리 등의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1950년 창업주 고(故) 이 회장이 설립한 태광산업을 모태로 석유화학, 섬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1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장, 재계 순위 40~5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외형은 크게 확대됐으나 오너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불신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사실상 태광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이 2006년 아들 현준군에게 편법으로 지분을 몰아주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범오너일가의 문제로 확대되기 시작했다.이 전 회장의 아들 현준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태광그룹 계열사 티알엠,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동림관광개발, 티브로드홀딩스 등 5개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 티알엠 등 3개 계열사의 지분은 48~49%에 육박한다. 딸 현나양에게도 이미 상속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다른 오너일가들에게 위기감으로 작용했다. 비상장 주력계열사의 지분을 이 전 회장의 자녀들이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누나 재훈씨를 비롯해 외삼촌과 창업주의 혼외 가족들이 하나둘 뭉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상속소송은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알려지지 않은 오너일가의 분쟁은 그동안에도 적지 않았다. 창업주가 사망한 이후 친·인척과 임원을 중심으로 벌어진 이른바 '쿠데타'가 현재의 이 전 회장을 만들었다는 해석도 있다. 당시 태광그룹 내부에서는 이 전 회장의 친인척들이 회사 내부 임원들을 동원해 이호진 퇴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외삼촌인 이기화 전 태광그룹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기화 전 회장은 그룹 창업 때부터 경영에 참여했지만 조카에게 회사 경영권을 넘긴 이후 사실상 모든 회사일에 손을 떼야 했다. 친·인척을 포함한 회사 임원들은 경영 투명성을 위해 전문경영인을 경영진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 일이 있은 직후 이호진 전 회장은 친·인척들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고 독자 경영, 지분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이 전 회장의 주변에 우군이 전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재계의 은둔자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부터다.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의 폐쇄적인 경영 방침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통을 꺼리고 사업성과에 집착하는 성격이 회사 내외부에 적대적인 세력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과거 이 회장 퇴진 운동을 벌인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 학장이 결성한 장하성 펀드 역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전히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 조사와 별개로 재산 환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상속 재산이 이호진 회장에게 쏠린 데 대한 가족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재산을) 조정할 때가 올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이번에 누나 재훈씨가 제기한 '주식인도 청구소송' 역시 앞으로 상속재산을 둘러싼 추가적인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 이 전 회장 반대에 나섰던 친·인척들도 추가 소송 등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나머지 가족들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해 9월20일 이호진 회장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따르면 이호진 회장이 주도한 누락 상속 재산에 대해 가족들은 깊은 의혹과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은 이어 누락된 차명 재산에 대한 고지와 재상속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며 이 외의 상속 권리자와 협력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태광그룹의 핵심 자산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며 “가족간의 추가적인 소송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임철영 기자 cyl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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