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울랄라' 한채아 '빅토리아를 사랑하려고 노력했어요'

[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누구보다 바쁜 올 한해를 보내온 배우 한채아.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울랄라부부'에서 미모의 불륜녀 빅토리아를 연기한 한채아는 "답답했지만 즐거웠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릴 여유를 찾은 듯 한채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완연했다.어느 배우가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아쉬움은 진하게 남게 마련이다. 한채아 역시 그랬다. 즐거운 촬영이었지만,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섭섭함은 쉽게 지울 수 없었다. 극중 역할이 자신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채아에게 "무엇이 그리 답답하게 느껴졌느냐?"고 물었다."'이렇게 밖에 할 수 없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다른 게 나오겠지 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너무 외면을 당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안 가서 아쉬운 거죠. 그래도 언젠가는 감독님이 다시 좋은 캐릭터에 써 주시지 않을까요?(웃음)"한채아는 올해에만 벌써 3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케이블채널 OCN '히어로'에 이어 KBS2 '각시탈', 그리고 '울랄라부부'까지. 배우로서 캐스팅 제의가 빗발친다는 건 분명 즐거운 비명을 지를 일이었지만, 배우도 인간인지라 휴식에 대한 간절함은 다르지 않았다. 한채아는 '각시탈' 종영 후 '울랄라부부' 출연 제의를 받고, 전작보다 좀더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에 휴가도 반납하고 선뜻 출연을 결심했다."그동안 액션 같은 강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잖아요? 그래서 사랑스럽고 뭔가 러블리한 느낌을 보여주고자 '울랄라부부'에 출연하게 됐죠. 그런데 이게 드라마가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많이 울기만 하는 거예요. 신현준 오빠랑 김정은 언니랑 셋이서 계속 울었어요. 그래서 우리끼리 '이거 코믹 아니었어?'라고 얘기한 적도 있어요."
한채아의 말처럼 이번 드라마에서는 유독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아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연기였을 터. 그 역시 "감정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과 달리 '울랄라부부' 속 빅토리아를 연기하며 감정이입이 잘 돼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카메라가 돌아가면 그만큼 그 안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솔직히 빅토리아를 연기하면서 힘들었어요. 또 현실로 돌아왔을 때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고요. 그런데 빅토리아는 불쌍하잖아요. 자신도 아픈 상황인데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 받고.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있던 거죠. 물론 나여옥(김정은)도 불쌍한 캐릭터였지만, 사랑해주는 두 남자가 있었잖아요? 빅토리아에게는 정말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더 감정이입이 잘 됐던 것 같아요."빅토리아로 인해 '울랄라부부'는 불륜을 미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야했다. 한채아 역시 처음에는 여옥에게 하는 빅토리아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공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곧 빅토리아를 이해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연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채아는 그 어떤 역할보다 빅토리아에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빅토리아를 사랑하려고 노력했어요. 공감하고 납득하려고 했죠. '이런 사람이 분명 어딘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제 불륜을 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어요. 저 마저 공감을 안 해버리면, 빅토리아는 아무도 손잡아주지 않는 캐릭터가 되어 버려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중 한 명이라도 빅토리아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죠."
한채아가 처음부터 이렇게 연기에 욕심을 부리진 않았다 그래서 데뷔가 늦어졌다. 심지어는 '너 하기 싫으냐?'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작품을 한 개, 두 개 하기 시작하면서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결국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본인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매우 놀랍다고 했다."연기를 하면서 성격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사실 저는 거울도 안 봤었거든요. 털털한 편이죠. 그래서 저도 제가 배우를 한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예쁜 척도 해야 하는 직업인데, '사랑해'라는 말도 못했어요. 얼마 전 화보 촬영을 했는데, 귀여운 콘셉트였어요. 데뷔 전부터 알고 지내던 미용실 원장님이 이제가 귀여운 게 된다고 하시더군요. 제대로 웃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보조개도 들어가요.(웃음)"남자 이야기를 꺼내자 갑자기 한채아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오붓하게 손잡고 영화관을 가고 싶다"고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밝혔다. 또 "신호등 앞에서 기다렸다가 함께 걸어가 보고싶다"는 등 소박한 바람도 전했다. 이제는 더 이상 매니저나 아는 언니가 아닌 남자친구와 팝콘을 사고 싶단다."내가 남자가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웃음) 어렸을 때는 친구들이 외롭다고 해도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예전에 배우 손예진 씨가 여우주연상을 받고 수상 소감에서 '서른 살에 여배우로 산다는 건 너무 외로운 일'이라고 말씀하신 걸 봤어요. 당시에는 '손예진처럼 됐으면 소원이 없겠 구만, 뭐가 그렇게 외로울까?'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못했을텐데. 한다고 해도 조심스러웠을 텐데. 이상형이요? 음...저는 향기나는 남자가 좋아요. 깨끗한 비누향."
장영준 기자 star1@<ⓒ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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