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전게임' 기준, 여가부의 의욕 과잉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게임의 목표는 '10억 벌기'. 룰렛을 돌리면 사기와 꽃뱀, 교통사고부터 주식대박까지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는다. 최근 게임업계가 주최한 '건전게임 잼'에서 소개된 이 게임의 이름은 '인생은 시궁쳇바퀴'. 시궁창과 쳇바퀴의 합성어다. 여성가족부의 '건전 게임' 개발 취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 게임을 당신의 자녀가 이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게임은 건전게임일까, 불건전게임일까. 사기와 꽃뱀이 나오니 불건전같기도 한데, 여가부가 제시하는 기준에는 무난하다.  청소년 게임중독을 해결하겠다는 여가부의 의욕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는 "게임에 대한 이해를 찾아볼 수 없다"는 업계의 지적이 먼저 눈에 띈다. 그러나 여가부의 '건전게임' 발상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 게임중독이라는 문제를 보는 시각과 이를 푸는 방식 자체에 있다. 청소년 게임중독은 매우 복잡한 문제다. 여러가지 요인이 원인과 결과로 뒤얽혀 있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는 복잡하게 풀어야 한다.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풀려고 할 때 문제는 더 꼬이고 새로운 부작용을 낳는 악순환에 빠진다.  공무원을 흔히 복지부동이라며 비판하지만 한편에서는 의욕의 부족이 아닌 의욕의 과잉이 엉뚱한 제도와 정책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간단한' 해법, '명쾌한' 해법은 이런 의욕과잉에서 나오기 쉽다. 국민이 공무원들에게 예산과 권한을 위임하는 데에는 그와 같은 서투른 방식이 아닌, 어려운 문제를 심사숙고하고 여러 측면을 살펴서 현실에 잘 구현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 그러니 부디 너무 '의욕적이지' 말았으면 한다. 문제를 빨리 명쾌하게 칼로 자르듯 해결하겠다고 너무 결연한 각오를 품지 말기 바란다.  이미 여가부 자체 조사결과 셧다운제 시행 이후 심야시간대 청소년 게임이 줄어든 비율은 고작 0.3%에 불과했다고 하지 않는가. 지난 90년대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이를 만화 탓으로 돌렸다. 정부가 규제책을 쏟아내며 만화산업은 고사했다. 이젠 게임을 또 하나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가. 답답한 '쳇바퀴'에서 벗어나야 할 것은 다른 누구보다 여가부인 듯하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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