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박정대의 '취생몽사'

바람이 없으니 불꽃이 고요하네살아서는 못 가는 곳을 불꽃들이 가려 하고있네, 나도 자꾸만 따라가려 하고 있네꽃향기에 취한 밤, 꽃들의 음악이 비통하네그대와 나 함께 부르려 했던 노래들이 모두비통하네, 처음부터 음악은 없었던 것이었는데꿈속에서 노래로 나 그대를 만나려 했네어디에도 없는 그대, 어디에도 없는 생취해서 살아야 한다면 꿈속에서 죽으리
박정대의 '취생몽사' ■ 화가이자 사진작가이기도 한 친구, 박황재형은 강원도 양양의 산줄기들이 오종종 숨어드는 비탈에 집을 짓고 그 이름을 취산몽해(醉山夢海)라 지었다. 취생몽사하는 꿈이야 예술의 궁극과 통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산에 취하고 바다를 꿈꾸는 쪽으로 가면 그 네 글자로도 기개 높은 시가 된다. 동해가 인근이니 머리 쯤에 바다를 베고 누웠다 할 것이요, 눈 앞엔 산봉우리들이 술잔처럼 엎어져 있으니 마음을 내어 쥐기만 하면 단풍 홍주와 황주의 폭탄주가 아니겠는가. 가끔의 궁상과 고독과 헛헛함이야 왜 없겠는가. 그런 내재율을 돋워주러, 혹은 그 이름에 감도는 멋진 기운에 대취하러, 이런 가을쯤엔 한번 찾아가 함께 어질어질해지고 싶기도 하다.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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