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제목>추석연휴 애석한 단상(斷想)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위치한 그랜드마트 신촌점이 건물 외벽에 ‘폐점 세일’ ‘90% 마지막 처분’ 현수막을 내걸고 헐값에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추원보본(追遠報本). 예로부터 추석이 되면 객지에 나가 있더라도 집(고향)으로 돌아와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제를 올리곤 했다. 요즘은 오히려 명절에 여행을 더 많이 가고 가족끼리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차례를 지내더라도 젊은 세대는 간편함만 생각해 약식으로 빨리 해치우려 한다. 중장년 세대는 나이 들수록 귀찮고 명절에 대한 흥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일에 찌든 직장인들에겐 추석이 쉬기 바쁜 휴일이 되고 있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때문에 주부들은 명절 준비에 들 돈 걱정이 앞선다. 치열하고 각박해지는 세상, 가족·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송편을 나눠 먹고 윷놀이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던 추석의 정겹고 익숙했던 정취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애석한 마음이 든다. 이번 추석 땐 애석한 일을 또 하나 만났다. 며칠 전, 추석을 앞두고 자주 다니는 동네 마트인 ‘그랜드마트’ 신촌점에 장을 보러 나갔다. 건물 외벽에 ‘폐점 세일’, ‘90% 마지막 처분’ 현수막을 내걸고 헐값에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가 싶어 마트 직원에게 물었더니 사업 변경으로 지하 식품점을 제외한 1~6층까지 모든 영업을 곧 종료하므로 점포 정리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내년 2월부터는 SPA브랜드 ‘유니클로’가 들어온다는 대답도 들었다. 오랫동안 신촌을 지켰던 그랜드마트가 폐점한다니 이 지역 장기거주자로서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30년간 홍익대 앞 명물로 통했던 ‘리치몬드 과자점’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롯데그룹 계열의 엔제리너스 커피전문점이 들어선 게 불과 몇 달 전이었다.
그랜드마트 신촌점 폐업 및 점포정리를 위한 할인 행사를 알리는 전단지. 그랜드마트 신촌점은 추석연휴에도 휴무 없이 영업을 진행했다.
신촌, 홍대라는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에 패션, 커피 같은 트렌디한 콘텐츠가 유입된다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동네를 지켜오던 오래되고 친숙한 골목 빵집, 작은 장터가 하나둘씩 없어지는 걸 보면 섭섭함이 적지 않다. 중소형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 대기업의 힘의 논리에 쓰러져 가는 것 같기도 해 씁쓸하기까지 하다. 하나 더. 그랜드마트 신촌점은 추석연휴에도 휴무 없이 영업을 진행했다. 아무리 ‘점포 정리’가 급하다지만 민족의 대명절에까지 장사를 해야 했을까. 고향에 가지 못하고 가족·친지와 좋은날을 보내지 못하는 점포 직원들 생각은 안 해봤는지…. 세상살이 고단함을 하루 만은 잊고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는 날이 한가위 아닐까.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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