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일본중앙은행(BOJ)이 환율 방어를 천명하고 나섰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린 일본 상품에 대한 국제 수요 감소와 엔화 강세로 수익이 급격히 떨어진 일본 기업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것이다.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BOJ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대해 샤프와 파나소닉 등 일본 제조업체들이 어느 정도 승리를 이끌게 했다고 평가했다. 시리와기 마사키 BOJ 총재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엔화로 고통 받는 일본 제조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 BOJ는 전날 자산매입기금을 10조엔(142조원 상당) 더 늘려 내년 연말까지 80조엔 규모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완화 조치에 보조를 맞춘 셈이다.시장에선 BOJ가 다음 달 중순께나 이 같은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4월에도 양적완화 조치가 단행된 만큼 서둘러 추가 부양책을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금융과 외환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기울였다. 도쿄의 뱅크오프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수석 채권전략가인 소호 후지타는 “이것은 모두 환율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BOJ가 주식시장을 떠받치기 위해서라면 지수연동펀드(ETF)를 매입하고, 장기국채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싶다면 장기채권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BOJ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의 2% 가량에 해당하는 돈을 외환과 연동되는 단기채권과 3년만기 국채를 매입하는데 풀기로 했다. 이론적으로 시장에 자금이 풍부하면 달러대비 엔화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심폐소생술은 응급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BOJ의 양적완화 조치가 나온 직후 엔화는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런던시장 마감 무렴엔 장 초반 수준으로 올라갔다. FT는 일본의 추가 부양책이 적어도 두 가지는 남겼다고 분석했다. 우선 BOJ가 유럽과 미국의 무제한 완화 조치에 보조를 맞추는 노력을 했다는 점이다. 지난주 벤 버냉키 미 연준의장의 무제한 모기지 채권 매입 발표에 따라 달러대비 엔화는 고공행진을 해왔다. 일본으로선 수출기업들을 위해 엔화 가치 약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BOJ 정책의 무게추가 환율시장으로 이동했다는 점이 강조되는 이유다. 또 임기 만료를 앞둔 시라가와 총재가 자신의 업적에 신경쓰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BOJ가 일본이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집권당이 재선에 유리하도록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논란을 무릅쓰고 통화정책을 쓴 것이라는 지적이다.FT는 “외환의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통화정책이 일본 산업의 중심부를 회생시킬 수 있다 것은 너무 큰 기대”라며 "엔와 약세가 '오사카(일본 전자회사 중심지) 제품'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지연진 기자 gyj@ⓒ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