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울림 남긴 권오갑 사장 모친상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대표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의 조용한 장례식이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권 사장은 지난주 금요일인 14일 출근하지 않았다. 그날 새벽 모친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회사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 매일 사장 일정을 챙기는 비서도 까맣게 몰랐다. 장례식도 현대중공업 그룹과 관련이 있는 아산병원이 아닌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자택에서 치렀다. 그리곤 권 사장은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인 17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출근했다. 이 후 오전에 열린 본부장회의에서 담담하게 "14일 새벽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며 모친상을 알렸다. 본부장들은 깜짝 놀랐다. 술렁거림도 있었다. 직장 내 상사의 대소사를 자신일처럼 돌보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권 사장의 모친상을 모르고 있었기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권 사장이 "100세로 천수를 누리신 어머니를 조용히 보내드리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하자 이내 조용해졌다. 본부장들은 권 사장의 뜻을 헤아려 마음으로 깊은 조의를 표했다. 화요일인 18일에는 삼우제를 지내고 바로 출근했다. 뒤늦게 권 사장의 모친상 소식을 알게 된 직원들 사이에선 조의금을 마련해 '현대오일뱅크1%나눔재단'에 기부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조의를 표하면서도 평소 나눔문화에 앞장섰던 권 사장의 뜻을 헤아려 조의금을 기부하자는 의도에서다. 권 사장은 평소 '현대오일뱅크1%나눔재단'과 아산나눔재단 등으로 기부문화 정착에 앞장서 왔다. 현대오일뱅크는 권 사장의 주도 아래 지난해 임직원의 급여 1%를 기부해 기금을 조성하는 나눔재단을 설립했다. 기부는 본인이 중단의 뜻을 밝히지 않는다면 퇴직할 때까지 매월 급여공제 형태로 계속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천수를 누리신 어머니를 조용히 보내드리는 게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직원들에게 세세하게 배려했던 권 사장이 조용히 자택에서 모친상을 치뤘다고 하니 가슴아프다"고 말했다.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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