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충무로 이단아'에서 세계적 '거장'으로

제69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영화제가 사랑한 감독'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황금사자상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겠다."베니스의 선택은 '김기덕'이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폐막한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대상을 받은 것은 세계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를 통틀어 처음이다. "세계인에게 가장 한국적인 것을 수상 소감 대신 전하고 싶었다"는 김 감독은 수상무대에서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고 '아리랑'으로 화답했다. 개량 한복차림에 뒤축이 낡아 해진 구두를 신고서다.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는 폭력성과 구원을 주제로 자본주의에 함몰된 인간관계를 김 감독 특유의 화법과 영상으로 풀어낸 영화다. '피에타'는 이번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뿐만 아니라 '골든 마우스상', '나자레이 타데이상', '젊은 비평가상' 등을 받아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김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해외영화제가 사랑한 감독'이다. 2004년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사마리아'로, 베니스영화제에서는 '빈집'으로 각각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칸영화제에서 '아리랑'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아 한국감독 최초로 3대 영화제를 석권하기도 했다. 이번 베니스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알베르토 바르베라와 심사위원장 마이클 만 감독도 김 감독의 열혈 팬임을 자처할 정도다.해외에선 일찌감치 '거장'으로 인정받지만 국내에서 그의 작품들은 늘 적은 예산과 투자 난항, 상영관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흥행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마땅한 투자자를 찾기도 어려웠다. 또 김 감독의 독자적인 제작방식은 '충무로의 아웃사이더', '문제적 이단아'로 불리며 비주류로 내몰리기도 했다. 이 같은 충무로와의 불화를 고스란히 보여준 작품이 지난해 선보인 그의 자전적 다큐 '아리랑'이다.김기덕 감독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을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960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가난한 집안 형편에 중학교 대신 농업 전수학교를 다니고, 졸업 후에는 서울 구로공단과 청계천 일대 공장을 전전하며 지냈다. 스무살 때는 해병대에 입대해 5년간 복무한 뒤, 신학교에 입학하기도 했다. 영화를 접한 건 프랑스로 건너간 32세때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나이지만 '퐁네프의 연인들'과 '양들의 침묵'을 보고 영화를 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에 돌아와 데뷔를 한 것은 1996년 영화 '악어'를 통해서다. 이때부터 그는 매년 한편씩 꾸준히 작품을 찍었다. 힘들지만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삶의 궤적은 곧잘 영화에 투영되기도 했다. 3년간의 칩거 생활을 끝내고 이번 영화 '피에타'로 다시 세상과의 소통의 문을 두드린 김 감독은 말한다. "이 영화를 통해 돈이면 다 된다는 무지한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진실한 가치로 인생을 살기를 기원한다."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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