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왕 7인의 창업기밀]죽은 상권에서 성공한 비결

성공 법칙 7. B급 상권을 노려라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5년 동안 남양주에서 배달전문 BBQ를 운영하던 정길선 점주는 기존의 매장을 닫고 인근에 프리미엄카페형 BBQ를 오픈했다. 패밀리레스토랑 컨셉트의 치킨매장이 없던 지역이라 오픈하자마자 손님을 몰고 왔고 월매출 5000만~6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남양주시 호평동에서 BBQ 매장(15평)을 운영하던 정길선 점주는 올 초, 가게 문을 닫았다. 5년 동안 운영하던 곳이었다. 한 달 매출액은 약 2000만원. 매출의 대부분은 배달고객에서 나왔다. 테이블이 4개 있었지만 내점 비율은 5% 미만. 문을 닫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점주는 인근에 BBQ 매장을 새로 개점했다. 분명 같은 브랜드이지만 생김새는 많이 다르다. 테이블 수도 훨씬 많고 얼핏 카페 분위기가 풍긴다. 실제로 커피도 판다. 치킨전문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메뉴 또한 구비하고 있다. 이탈리안, 한식, 치킨, 샐러드, 베이커리 등 메뉴가 70가지 이상이다. 같은 브랜드의 가게를 약간 떨어진 곳에 다시 오픈한 정 점주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두 번째로 오픈한 BBQ의 컨셉트는 ‘프리미엄카페’다. 정 점주는 “평소 내점 고객의 비율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프리미엄카페형 점포를 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장 크기는 45평. 매출액은 종전의 2.5~3배 가량인 5000만~6000만원에 이른다. 물론 아직까지 배달도 하지만 이는 매출액의 30~40%에 불과하다. 정 점주는 “홀과 배달 매출이 약 6:4로 상호보완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전적으로 배달에만 의존했던 기존에 비해 매우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카페형 BBQ는 대표적인 ‘저녁장사’였던 치킨전문점을 탈피했다. 점심시간에는 파스타 및 라이스 등 식사메뉴로 손님을 끌어 들이고, 식사 시간대가 아닌 경우에는 커피 및 음료로 고객들을 유혹한다. “믿을지 모르지만 오픈하자마자 손님들이 물밀 듯 찾아왔어요. 저도 의아할 정도로요. 오픈한 지 약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동네 명소로 자리 잡았다면 믿으시겠어요.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게 이곳 같은 소도시에는 별로 없지 않습니까. 매장을 이런 컨셉트로 꾸며놓으니 지역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죠. 때문에 가족, 동호회 모임에서부터 생일파티까지 단체 고객도 줄을 잇고 있어요.” 정 점주에 따르면 현재 호평동에만 치킨 전문점이 약 50개에 이른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카페로 전환하는 차별화 전략이 크게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그는 개점 후 전단지 한 장도 돌리지 않았다. 가족 단위의 고객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다양하게 구비돼 있어서 즐겨 찾았다. 연인들은 카페형 인테리어를 마음에 들어 했다. 여성 고객들은 담배냄새가 나지 않아 좋아했다. “전면 금연을 하니 테이블 회전율도 높아지고 여성 및 가족단위 고객들도 늘어나고 일거양득입니다.” 사실 여기까지 온 데는 정 점주의 ‘숨은 전략’이 주효했다. BBQ 호평역점은 역과 가깝기는 하지만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BBQ 호평역점은 말하자면 호평동 내에서도 B급 상권이에요. 원래는 자전거대리점을 하던 자리죠. 거의 죽은 가게였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에 따르면 이 정도 크기(45평)를 호평동 A급 상권에 내 놓으면 권리금으로 1억 원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내점 고객을 높이기 위해 한 3년 전부터 꾸준히 매장 자리를 알아봐 왔죠. 매일 같이 부동산을 돌아다녔어요.” 그 결과 정 점주는 현재의 45평 매장을 기존 15평 매장과 동일한 보증금과 큰 차이 없는 월세와 권리금에 구할 수 있었다. 정 점주는 “인근 지역 자영업자들의 90% 이상이 임대료를 못 내고 있다고 푸념한다”면서 “굳이 A급 상권에 들어가서 손님을 기다리게 할 것이 아니라 B급 상권이라도 고객들을 찾아오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테면 맛과 서비스로 고객을 매료시켜야 한다”고 했다. “발품 두 번 팔 것 세 번 팔고, 세 번 팔 것 네 번 팔면 숨은 보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숨은 보석을 발견했을 때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결단력도 필요해요. B급 상권이라도 브랜드와 노하우를 접목시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17년 동안 텍스타일 디자이너와 섬유회사 오너로 일했던 정 점주는 불황으로 사세가 급격히 기울자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왜 하필 치킨전문점이었냐고 묻자 “치킨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단순하지만 명쾌한 답을 내놨다. 2007년, 통장에 남은 1억 원을 모두 투자해 점포를 냈지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더란다. 그는 예비창업자에게 “자신을 버린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닭손질에서부터 조리, 배달, 서빙, 청소까지 모두 할 줄 알아야 해요. 창업을 한다면 오너가 되는 거잖아요. 오너는 회사 사정을 모두 다 알고, 모든 일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정 점주는 프리미엄카페형 컨셉트가 안정화되면 2~3호점을 오픈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죽어가는 상권 위주로 공략할 것”이라고 귀띔했다.창업현황창업유형 : 프랜차이즈 창업위치 및 상권 : 남양주시 호평동, 평내호평역 인근 규모 : 45평초기비용 : 인테리어 비용만 발생. 비용은 노코멘트매장오픈일 : 2012년 4월주메뉴 : 치킨, 파스타, 라이스류 하루 방문고객수 : 45테이블임대료 : 노코멘트. 평내호평역 인근 A급 상권의 1/3정도종업원수 : 정직원 3명, 아르바이트 3~4명월매출 : 5000만~6000만원매장컨셉 : 가족, 연인, 여성 고객들 모두가 좋아할 만한 패밀리레스토랑을 컨셉트로 함. 나무데크로 꾸민 야외테라스에도 테이블을 배치하여 유럽풍 ‘펍’을 연상시킴. 성공포인트 : 전형적인 저녁장사였던 ‘치킨&호프’ 메뉴에서 탈피하여 파스타와 라이스류 등 점심메뉴를 채택함으로써 점심 저녁 모두 영업, 전면 금연 구역 설정으로 테이블 회전율을 높임, 임대료가 비싼 A급 상권 보다 다소 외지지만 B급 상권을 선택하는 대신 맛과 서비스를 보장하여 ‘찾아 오는’ 고객 확보.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박지현 jhpark@ⓒ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