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이 칭찬하는 ‘허도환 효과’ 두 가지

허도환(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넥센의 주전 포수로 거듭난 허도환. 김시진 감독은 칭찬으로 입이 마른다. 두 가지 재미를 본다. 선수단의 동반 성장과 팀 분위기 상승이다. 허도환은 올해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찼다. 지난 시즌 출장 경기는 79회. 올 시즌은 27일까지 70회다. 소속팀이 29경기를 앞둬 경신은 유력하다. 배경을 살펴보면 성장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 시즌은 주전 강귀태의 허리, 왼 엄지발가락 부상으로 인한 무혈입성에 가까웠다. 올 시즌은 다르다. 강귀태는 물론 시즌 도중 SK에서 넘어온 최경철 등과 뜨거운 경쟁을 벌인 끝에 자리를 고수했다. 김시진 감독은 “늘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고 말했다.아직 갈 길은 멀다. 허도환은 타율 2할2푼2리(162타수36안타) 1홈런 13타점을 기록 중이다. 투수 리드가 좋고 폭투를 최소화한다고 평가받지만 도루 저지도 22.8%에 그친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이런 선수가 있어야 팀이 잘 돌아간다”라며 밝혔다. 보이지 않는 두 가지 효과를 본다. 선수단 전체로 퍼진 성실함이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실수를 인정하고 보완에 신경을 많이 쓴다. 코칭스태프가 보지 않는다고 적당히 하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성이 참 좋다. 스타로 성장한 동료의 생활에 유혹되기 쉬운 프로에서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걷는다”라고 덧붙였다.허도환은 으스대는 법이 없다. 많은 동료들로부터 겸손하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투수들이 선호한다. 강윤구는 “평소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칭찬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한현희는 “신인인 나를 늘 편안하게 해준다”라고 했다. 끈끈한 동료애는 두 가지 원칙에서 비롯된다. 허도환은 어린 투수들에게 채찍 대신 당근을 건넨다. 반면 베테랑은 조용히 믿고 기다린다. 그는 “젊은 투수들은 자신감이 필요하다. 스스로 최고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사기를 올려준다”며 “부진했던 지난 경기의 영상을 함께 돌려보면 칭찬과 조언을 섞어 전한다. ‘너는 A도 좋고 B도 좋고 C도 좋아. D만 있었으면 좋겠어’와 같은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베테랑에 대해서는 “어떤 공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 정도만 한다. 경험이 많아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페이스를 되찾는다”라고 말했다.

허도환(사진=정재훈 기자)

경기 밖 준비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팀 훈련, 체력 관리, 장비 손질, 상대 팀 분석 등을 모두 소화한다. 허도환은 “포수가 바쁜 자리라는 걸 매번 느낀다”라면서도 “아직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라고 자신을 채찍질했다.김 감독은 이런 제자가 선수단의 롤 모델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다. 선수단 분위기의 상승이다. 김 감독은 “프로는 야구만 잘하면 많은 연봉을 챙길 수 있는 곳”이라며 “허도환과 같은 선수가 성공가도를 달리면 1, 2군 전체의 사기가 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허도환은 2년여 전만 해도 프로가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7년 두산에 입단했지만 1군에서 1경기만을 뛰고 방출을 통보받았다. 팔꿈치 부상 탓이었다. 자비로 받은 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해결한 뒤 넥센에 입단했지만 신분은 신고였다. 김 감독은 “이런 선수들의 활약은 곧 2군 선수들에게 희망이 된다. 고연봉자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도환의 궁극적 목표는 넥센의 우승. 그는 “선수단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도록 나 자신을 단련하고 채찍질하겠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이 보는 두 가지 재미는 그래서 앞으로도 유효하다. 서건창 등 깜짝 스타들이 탄생하는 전력의 순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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