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아이구 머니(Money)

당 지도부 긴급대책회의...與 필사의 '박근혜구하기'

[아시아경제 이경호·김승미·이민우 기자]공천헌금의혹의 태풍이 사실상 당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빠르게 북상하자 새누리당이 '박근혜구하기'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2004년 차떼기당의 오명,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 당시 직책이 없어 비껴났지만 이번은 다르다. 그가 비대위원장이던 시절에 발생했고 측근이 연루돼 박 전 위원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박 전 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인 '신뢰와 원칙'이 훼손되고 4개월 남은 대선정국의 주도권이 민주통합당과 장외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에 넘어가는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 與 조기진화 부심...현기환, 출당에 "불쾌"= 새누리당은 3일 당 전략회의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당사자 모두가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조기 진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고위회의에 앞서 황우여 대표는 "본인들이 완강하게 부인하지만 최고위에서 논의하고 소명할 것은 소명해야한다"면서도 "검찰수사를 마냥 기다릴 순 없다"고 말했다. 당은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를 의뢰한 만큼 당 차원에서 선제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기환 전 의원은 자진탈당, 현영희 의원은 검찰 자진출두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은 지도부 요청으로 최고위에 참석하면서 탈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불쾌해했다. 현 전 의원은 "당에서 심각히 우려하고 있어 사실이 아니라는 말을 하러 왔다"면서도 탈당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답변할 가치가 없다"며 말했다. 현영희 의원은 "내가 왜 이런 곳에 와야하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비박들 대선경선 미뤄야...朴책임론 제기=당 대선경선에 나선 비박(非박근혜)주자 4명의 대리인들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향후 경선일정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원래 일정은 오는 20일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전날 천안 합동연설회에서 김문수 경기지사,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들은 한 목소리로 박 전 위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했고 경선일정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기환 전 의원(왼쪽)과 현영희 의원

박 전 위원장은 그러나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선경선주자들간에 갈등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박 전 위원장은 당대표시절인 2006년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희망자들이 당시 한나라당 중진인 김덕룡, 박성범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가 불거졌을 때 의혹에 제기되자마자 두 사람을 검찰에 고발토록 하는 강수를 둔 바 있다. 박근혜 경선캠프 이상돈 정치발전위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사실이라면 당사자들이 이실직고를 해야 되고 거기에 대해서는 읍참마속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지만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선하고 사실은 크게 관계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라며 "모든 것이 좀 다 계획이 돼 있으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라며 분리원칙을 밝혔다. ◆비대위-공천-총선-전대...사당화 논란=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후부터 쇄신을 강조했지만 비박진영에서는 친박계 중심의 인(人)의 장막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공천과정에서도 현역 25% 컷오프를 두고 친박의 친이계 학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현기환 전 의원의 경우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공천위원으로 활동하며 당시 친박계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ㆍ권영세 전 사무총장과 함께 공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11명의 공천위를 이들이 사실상 좌지우지했고 공천위원 인선을 당 비대위가 한 점을 들어 친박계가 다 해먹는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이해찬 대표(왼쪽)와 박지원 원내대표

5ㆍ15 전당대회 이후에는 황우여 대표-이한구 원내대표-서병수 사무총장의 친박지도부가 완성돼 사실상 '박근혜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당에서 어떤 조치가 내려지거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는 박근혜 후보도 적절한 입장표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원구하던 민주, 박근혜때리기=박지원 원내대표의 검찰출석으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박근혜 때리기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당시 박 전 위원장이 이런 공천장사를 알았다면 더 큰 문제이고 몰랐다고 해도 문제"라며 "공천장사에 대해 4ㆍ11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국민에게 백배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밑에서 이렇게 해먹는데 몰랐다면 대통령이 됐을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하겠느냐"며 "집권하기 전에 공천장사를 하면, 집권 후에는 공기업을 팔아먹는 일도 발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김한길 최고위원은 "쇄신공천 개혁공천을 외치면서 매관매직을 일삼았다는 것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면서 "전당대회 돈봉투 전과가 있는 세력으로서 그 버릇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자금과 함께 공천헌금 매관매직에 대해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이경호 기자 gungho@김승미 기자 askme@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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