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신아람, 멈춰버린 1초 멈추지 않은 눈물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미숙한 경기 진행과 어이없는 심판판정이 혜성처럼 등장한 펜싱 기대주 신아람의 꿈을 앗아갔다. 신아람은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에페 개인전 디펜딩챔피언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준결승에서 접전 끝에 5-6으로 패했다.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연장전 우선권을 거머쥐며 비기기만 해도 결승에 오를 수 있었지만 멈춰버린 1초에 발목을 잡혔다. 종료 직전 발생한 계측상의 오류였다. 두 차례 대결이 치러지는 동안 시계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끝났어야 할 승부가 계속됐던 셈. 신아람은 결국 세 번째 재개된 승부에서 상대에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심재성 여자 펜싱대표팀 코치는 심판진에 즉각 항의했다. 이어진 비디오 판독과 장시간의 회의. 하지만 사상 초유의 사태에 머리를 맞댄 심판들은 쉽게 번복을 선언하지 않았다. 장고 끝에 내려진 결론은 하이데만의 승리. 신아람은 애써 참아온 통한의 눈물을 피스트(piste) 위에 쏟았다. 국제펜싱연맹(FIE)에 제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은 신아람이 눈물을 흘린 배경을 자세히 보도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펜싱의 본고장인 프랑스의 일간지 레퀴프는 "핵심은 금메달이 아니다"라며 판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김영호 로러스펜싱팀 총감독은 "느린 화면을 보면 3번의 공격 과정에서 1초가 훨씬 지난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계측 담당자들이 급박한 경기 진행에 템포를 맞추지 못한 것 같다. 이들의 실수로 판정을 번복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단 점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비단 이번 사태뿐이 아니다. 석연찮은 판정은 연일 한국 선수단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박태환은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실격 파문에 휘말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남자 유도 66kg급에 나선 조준호는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의 8강전에서 '판정번복'이라는 유례없는 사태의 피해자가 됐다. 절망을 딛고 다시 검을 움켜쥔 신아람은 3-4위전에서 중국의 순 위지에를 맞아 11-15로 석패했다. 메달보다 값진 4위에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응원의 메시지를 대신했다. 김흥순 기자 spor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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