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과세·감면 총량억제만 능사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비과세ㆍ감면 한도액을 부서별로 설정하는 등 조세지출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법에 비과세ㆍ감면 조항을 두고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예외적으로 세금을 매기지 않거나 깎아주는 조세지출이 너무 늘어나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부서별 한도액을 설정하는 외에 조세지출 관리 전담기구를 신설하고 조세지출 성과평가 제도를 강화하여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조세지출은 성장이나 복지 등 각종 분야의 특정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정정책 수단의 하나다. 하지만 남용되다 보니 효과에 비해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부작용이 커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게다가 조세지출은 일단 도입된 뒤에는 폐지하기 어려운 경직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몰제가 운영되고 있으나 일몰시한이 거듭 연장되어 유명무실해진 경우가 많다. 복지수요가 확대되는 추세에 대응해 복지재정 기반을 확충하는 데도 조세지출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여러 이유에서 재정부가 조세지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두 가지 측면에서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 먼저 시의성의 문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국내 경제의 과도한 침체를 막기 위한 재정기능 확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세지출을 지나치게 급격히 감축할 경우 냉각된 경기를 한층 위축시킬수 있다.  또 하나의 측면은 부서별 한도 설정은 조세지출 총량을 관리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으나 질적 관리 차원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과 관련된다. 조세지출에도 정책적 가치판단에 따른 우선순위가 작용하는데, 부서별 한도 설정이 그 우선순위를 왜곡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과평가 제도도 항목별ㆍ부서별 평가에 과도하게 치우쳐 운영된다면 조세지출 감축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조세지출은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훨씬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구조로 돼있다. 그 편중의 정도는 이명박 정부에서 더욱 커졌다. 조세지출에 대한 통제가 균형재정 조기 달성을 위한 총량관리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조세지출의 역진성을 해소하는 방향에서 성장ㆍ분배ㆍ복지를 두루 고려한 최적 통제가 필요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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